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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현대제철 사과·책임규명 없인 장례 못치러”

등록 2013-05-10 20:37수정 2013-05-10 21:25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숨진 노동자 유족들 분노 목소리
“원청회사인 현대제철의 작업 지시 없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을 합니까? 분명히 무리한 작업 지시가 있었을 겁니다.”

10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제강공장에서 작업 도중 숨진 노동자 5명의 주검이 안치된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 유족들은 현대제철이 공장 시운전을 앞당기려고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데도 아르곤가스를 주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네살배기 딸과 일곱살 아들을 두고 숨진 홍석원(35)씨의 형 홍석훈(39)씨는 “작업 순서가 엄연히 있다. 환기구를 설치하고 산소 농도를 측정해야 하는 등의 안전규칙을 하나도 안 지킨 인재”라고 말했다. 홍씨는 “동생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사람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은 현대제철이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숨진 노동자 5명과 같은 한국내화 소속으로 동일한 작업을 해온 ㄱ씨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유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전로 내부에 있는 가스밸브에는 조절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르곤가스를 흘려보내면 그대로 전로 안에 찬다. 사고가 난 전로에는 밸브가 6개 있고 밸브 하나에 작은 배출구가 142개씩 있다. 이 때문에 가스가 일단 배출되면 그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현대제철 안전관리 책임자는 현장에 잠깐 있다가 가버리고 야간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숨진 노동자 5명의 유족 30여명은 영정사진은커녕 아직 빈소도 정하지 못한 채 넋을 잃고 있었다. 동료들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한국내화 직원 20여명은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피했다.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로 장가도 들지 않은 아들 승훈씨를 잃은 아버지 채상옥(59)씨는 현대제철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채씨는 “현대제철 직원들이 장례식장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채씨는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스를 미리 주입했는지, 아니면 고장이 나서 가스가 샜는지는 모르지만 가스 누출 때문에 사고가 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족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현대제철의 분명한 사과와 책임 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태도다. 유족대책위 대표를 맡은 홍석훈씨는 “작업 순서를 무시하고 작업을 시킨 현대제철의 엄연한 살인 행위다. 현대제철의 사과와 합리적인 보상이 없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남지역본부는 안정성 담보 때까지 모든 작업의 중단, 원청인 현대제철의 책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철저한 진상규명, 엄정한 특별근로감독 등을 촉구했다.

당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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