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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김찬경 비자금 56억 훔친 친구 잡았다

등록 2013-05-16 21:53

오피스텔 3군데 얻어 도피생활
경찰, 31억 회수…구속영장 신청
수천억원대 부실대출을 지시하고 수백억원의 고객 예금을 빼돌려 수감중인 김찬경(57)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났던 김 전 회장의 친구 등 2명이 1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해 4월8일 새벽 2시께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 안 주차장에 세워둔 미래저축은행 소유 차량의 뒷유리를 공구로 깨뜨린 뒤 현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김아무개(57)씨를 붙잡았다고 16일 밝혔다. 범행을 도운 혐의로 김씨의 내연녀 송아무개(45·중국동포)씨도 함께 붙잡혔으며, 5만원권 현금 31억9300여만원과 수백만원짜리 골프채 등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4월7일 미래저축은행 서울 본사에서 56억원이 담긴 에이(A)4 용지 상자 10개를 싣고 김 전 회장이 별장으로 쓰던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중요민속자료 233호)으로 왔다. 김씨는 경찰에 “같은 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이 ‘회사가 부도 날 것 같고 난 해외로 가야겠다’고 말해, 돈을 훔쳐도 신고할 수 없을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도난된 현금이 비자금인 사실을 감추려고, 평소 알고 지내던 횟집 주인에게 3500만원을 도난당한 것으로 대신 신고해달라고 조작하기도 했다.

범행 뒤 김씨는 김 전 회장이 운영하던 경남 거창의 한 돌산으로 가서 5만권이 가득 든 상자 10개를 땅에 묻은 뒤 2억원만 우선 챙겨 호텔 등을 떠돌며 2달가량 지내다 6개월 뒤 돈을 다시 되찾아 갔다. 이후 그는 가명을 쓰면서 경기 용인과 성남, 강원 춘천에 오피스텔을 월세로 빌려놓고 숨어 지냈다. 유재선 아산경찰서 수사과장은 “김씨는 경찰 수사를 피하려고 용인·성남·춘천 등 도 단위 행정구역을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곳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또 차량을 구입하지 않고 택시만 타고 다니면서, 백화점에서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이나 골프채 따위를 현금만 주고 샀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압수된 현금 외에 22억여원의 사용처와 따로 숨겨둔 현금이 더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산/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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