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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종편 “5·18 북한군 개입”…역사 부정 심각

등록 2013-05-17 15:31수정 2013-05-19 15:23

탈북 인사 인터뷰 등 잇따라
보수단체 사이트에도 왜곡 글
“광주항쟁 정신 폄훼” 비판 일어

‘지만원의 비방’ 대법 판결뒤 기승
이희성 등 당시 신군부 인사조차
“북한 개입은 과장” 검찰서 진술
“극우보수, 기본 상식조차 저버려”
역사 왜곡·이념갈등 조장 비판
민주당, TV조선 등 제재 신청
5·18 민주화운동 33돌을 앞두고 보수 성향 종합편성채널과 단체들이 5·18의 진상을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폄훼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행태는 ‘민주화운동’이라는 5·18의 법적·역사적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어서 심각한 역사 부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 계열의 종편 채널인 <채널에이>는 15일 시사 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당시 북한군으로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탈북 인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김명국이라는 가명으로 목소리만 나온 그는 “광주 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전라도 사람들은 광주 폭동이 그렇게 들통나면 유공자 대우를 못 받는다”와 같은 말을 했다.

앞서 <조선일보> 계열 종편 채널 <티브이조선>은 지난 13일 시사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무장폭동’이라는 주장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씨를 출연시켜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다”라는 주장을 폈다. 진행자 장성민씨는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임씨의 주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등이 15일 교내에서 연 5·18 민주화운동 기념 사진전의 게시물에는 “5·18 광주봉기에 북한군이 개입했던 상황에 대한 김일성의 발언”이라는 제목의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5·18과 북한을 연결짓는 <티브이조선>의 방송 화면을 찍은 종이도 있었다.

근거를 뚜렷하게 대지도 못하는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내보낸 종편들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전혀 책임질 수 없는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사건을 훼손하려는 태도에 대해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영표·노웅래·홍종학·최민희 의원은 15일 <티브이조선>을 “반인권적·반민주적 역사왜곡 방송”이라고 비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강력하게 제재해달라”며 심의를 신청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트위터에서 “아무 구체적 근거도 없이 5·18을 북한과 연결시키는 망상적 추단을 방송에 내보내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훼손하고 유족에게 깊은 상처를 준 방송사는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5·18을 왜곡하는 행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 이후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법원은 5·18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2008년 9월 기소된 지만원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씨는 당시 인터넷에 ‘5·18은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인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됐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대법원은 “지씨의 글이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밝혀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5·18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수구 성향 단체들은 대법원이 마치 5·18을 북한군이 침투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지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등의 인터넷 카페 등에는 5·18을 왜곡하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5·18을 북한과 연계시킨 첫 세력은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신군부였다.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80년 5월21일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들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힌 경고문을 뿌렸다. 5월24일 서울시경은 ‘광주시위 선동 남파간첩 검거’ 사실을 밝혀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80년 6월 계엄사령부가 밝힌 광주사태 자료엔 ‘해안으로 상륙 침투하여 광주 일원에서 활동타가 서울로 잠입, 공작 임무를 확산시키려다가 23일 검거된 남파 간첩 이창용(본명 홍종수)의 진술과 당국의 징후가 일치 실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에 침투하려다가 검거됐던 이창용은 전남 보성~부산~순천을 거쳐 서울역에서 잡혔을 뿐, 광주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988년 7월 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은 국회에서 “간첩 이창용은 18명의 간첩을 검거케 한 공적 등을 감안해서 82년 8월26일 서울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 현재 사회활동중”이라고 답변했다. 광주사태와 연계된 것처럼 보도됐던 이창용이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은 셈이다. 당국이 80년 광주와 관련해 발표한 간첩단 사건은 이창용 사건 등 모두 4건이었다. 나머지 3건은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신군부 세력은 뒷날 자신들의 발언이 과장이었다고 실토했다. 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이희성 계엄사령관은 1995년 검찰 조사에서 “다소 과장된 점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그런 의심이 있어 그랬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1995년 12월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를 통해 내란목적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계엄사령관 이희성은 “광주사태는 상당수의 타지역 불순인물 및 고정간첩들이 사태를 극한적인 상태로 유도하기 위해 광주에 잠입하여…계획적으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난동행위를 선도한데 기인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다소 과장된 점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그런 의심이 있어 이를 토대로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다른 신군부 관련 인사들의 검찰 수사 기록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한 성명으로 보이고 그 당시 분석 경위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없다.”(이학봉 보안사령부 정보처장·내란 중요 임무 종사·징역 8년)거나 “당시 왜 그런 성명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정확한 원인분석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권정달 보안사령부 정보처장)라고 진술했다. 박준병 20사단장도 “당시 상황이 급하니까 그런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것만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5·18 왜곡·폄훼가 번지는 것은 박근혜 정부 아래서 보수 세력이 상식조차 외면한 채 극우 성향을 노골화한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정치학)는 “극우 언론인, 수구적 단체가 가세하고 있는 5·18 왜곡의 목표는 5·18의 민주화운동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다. 광주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이념갈등을 재현시키려는 행태”라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현대사)는 “우리 사회에 역사를 왜곡하려는 저질 담론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구조가 있다. 새누리당의 종북몰이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종편 등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5·18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며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말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왜곡은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죽음과 같은 고통을 주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방부와 검찰·경찰 등 정부가 나서 사실 여부를 가려달라”고 밝혔다.

5·18기념재단과 광주광역시는 5·18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인단을 꾸려 대처할 방침이다.

광주/정대하 기자, 최원형 김지훈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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