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500m 반경서 1㎜
모래·쇳가루 섞여…원인 조사
모래·쇳가루 섞여…원인 조사
“벼루에다 먹을 갈아놓은 것 같은 비가 내렸어요.”
지난 11일 저녁 8시께부터 30분 동안 전남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일대 반경 500m 지역에 이른바 ‘흑비’(검은 비)가 쏟아졌다. 놀란 주민들은 마을에 있는 면사무소 당직실로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면사무소 직원은 여수시와 경찰에 연락하고 마을로 뛰어갔다.
면사무소 직원 이영길(55)씨는 “황사하고는 완전히 달랐어요. 건물과 차량이 온통 새까맣게 변해 저녁인데도 알아볼 정도였어요. 이런 비는 난생처음 봤다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내린 흑비의 양은 1㎜ 정도였지만, 하루가 지난 뒤에도 상추·고추·깻잎 등 농작물에 침전물이 들러붙어 검은 얼룩이 남아 있다. 이 검은 얼룩에 자석을 대보니 미세한 쇳가루가 달라붙었다고 면사무소 쪽은 전했다.
여수시는 흑비에 검은색인 미세한 모래와 쇳가루 분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성분 분석을 맡겼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전남도 동부출장소, 순천시, 광양시, 여수경찰서 등도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인근 공장 지대에서 배출된 매연이나 물질이 비에 섞였을 가능성을 면밀하게 조사하기로 했다. 여수기상대는 “황사가 나타나는 계절이 아니다. 당시 강한 동풍이 불었고 하루 강수량도 14.9㎜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동쪽에 광양제철산업단지, 북쪽에 율촌 제1산단, 남쪽에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산업단지 배후지역으로 주민 1900여명이 산다.
주민 문아무개(74)씨는 “건물이나 차량은 물로 씻으면 된다지만, 밭작물은 어찌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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