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지사 직원 차안서 숨져
“팀장이 회식·조회에서 엄포”
투표용지 사진에 자필 유서
“팀장이 회식·조회에서 엄포”
투표용지 사진에 자필 유서
케이티(KT)의 50대 노조원이 임금·단체협약 찬반투표 때 벌어진 회사 쪽의 조직적인 찬성 강요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지난 16일 저녁 7시5분께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 주차장에서 케이티 전남본부 광양지사의 노조원 ㄱ(51)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차 안에선 ㄱ씨가 지난 10일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올해 임단협안에 찬성하는 투표용지를 찍은 사진 아래 자필로 쓴 유서에는 회사 쪽의 찬성 종용에 괴로워하는 심정이 담겨 있다. ㄱ씨는 유서에서 “(임단협 찬반투표 때) 팀장이 회식이나 조회에서 ‘똑바로 해라’며 엄포를 놓는다. 반대표를 찍은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고 썼다. 이어 “직원들은 검표가 두려워서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남긴다. 2010년·2011년에도 팀장이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고 했다”고 살벌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런 현실 속에서 노조원이 주권(소중한 한 표)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 사쪽으로부터 이뤄진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케이티는 82.1%가 찬성했다는 지난달 24일 임단협안 찬반투표 결과를 두고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인 노조가 임단협안을 회사 쪽에 사실상 백지위임하면서 반발을 불렀고, 임단협안을 통과시키려고 회사와 노조가 각종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케이티 전국민주동지회와 케이티 노동인권센터는 이달 초 서울 은평지사에서 찬성률이 57.1%로 낮게 나온 경위를 보고한 내부 문건을 문제삼아, 이석채 케이티 회장 등 4명을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올해 임단협안에는 직원을 인사고과에 의해 면직시킬 수 있고, 부서장이 지정한 직원은 비연고지나 기피부서에 전략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됐다. 조태욱 케이티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노동조건이 더욱 나빠지게 되는 것에 반대가 많았는데 사쪽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는 “회사는 조합원 투표에 전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ㄱ씨의 주검은 18일 전남 순천 연화원에서 화장돼 광주 영락공원에 안치됐다.
광주/안관옥 기자, 이정국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