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88만원씩…수매뒤 회수
29명 시범실시뒤 확대 검토
29명 시범실시뒤 확대 검토
“해마다 이맘때면 돈줄이 바싹 마르죠. 소득이 들어오는 수확기까지는 살아가기가 팍팍해요.”
전남 순천의 농민 조경모(67)씨는 지난 20일 통장으로 들어온 월급 88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봄이면 종자대·농약대 등 돈 쓸 곳이 많다. 해마다 마이너스 통장을 쓴 뒤 이자(8%)를 갚느라 노심초사했는데 올핸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농업인에게 소득이 없는 6~10월 다섯달 동안 다달이 20만~88만원을 월급으로 지급하고, 농협 등에서 벼를 수매한 뒤에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월급의 액수는 지난해 농협 수매 실적의 60%까지를 상한으로 책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벼 40㎏들이 150포대를 낸 농업인은 소득액의 60%인 440만원을 5개월로 나눠 한달에 88만원을 받는다.
시는 농업인이 연중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직업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계획적이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월급제를 도입했다. 올해 예산 1억2000만원을 편성해 신청자 31명 중 29명을 신용도, 전업농, 중학생 이상 부양 등을 고려해 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20일에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월급을 지급했다.
시는 11월께 이 제도의 성과와 주민의 반응을 검토해 확대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채수 시 친환경농축산과장은 “월급제는 농업인이 소득이 없을 때 이자 부담 없이 일정액을 받아 영농비·생활비·학자금 등으로 두루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만여㎡의 벼농사를 짓는 양상원(68)씨는 “벌이가 전혀 없을 때 월급을 받으니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하다. 이왕 월급을 준다면 씀씀이가 많은 4~5월부터 시행한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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