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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외교부 ‘강제동원 손배소’ 강 건너 불 보듯”

등록 2013-06-25 19:29수정 2013-06-26 08:17

최봉태(51)변호사
최봉태(51)변호사
일제 강제동원 피해 손배액 확정판결 앞둔 최봉태 변호사
피해국 사법부가 손배액 판결
아시아 나라 가운데선 처음
대법원, 일본기업 책임 인정에도
외교부는 기존 견해만 되풀이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대법원 파기 환송심 판결을 1주일 앞둔 25일 법무법인 삼일 최봉태(51·사진) 변호사는 “대법원이 지난해 5월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뒤에도 일본의 피고 기업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고법 민사5부(재판장 박종훈)는 오는 7월2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액을 확정하는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24일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 원심을 파기하고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낸 재판이다.

2000년 5월부터 13년째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맡아온 최 변호사는 “이번 파기 환송심은 일본 제국주의 피해를 입은 아시아 나라들 가운데 처음으로, 피해국의 사법부가 일본 기업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을 확정하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번 부산고법 판결 이후에도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한국의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자국인 일본의 최고재판소 권고조차 무시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 4월27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니시마쓰건설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피해자들이) 재판으로 (배상금을) 청구할 권리는 소멸됐지만, 청구권은 실체적으로 살아 있으므로 피해자와 기업간의 개인 채무는 남아 있다”는 취지로 자발적인 배상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니시마쓰건설의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09년 10월과 2010년 4월 두차례에 걸쳐 집단적인 화해 형식으로 손해배상을 받았다.

최 변호사는 “우리 외교부와 중국 외교부가 강제동원 문제를 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짚었다. 중국 외교부는 니시마쓰건설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하루 전날 대변인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노동자에 대한 강제연행은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범죄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쪽이 72년 9월 중·일 공동성명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전쟁 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들어 개인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대법원이 판결했으면 행정부가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어요.”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한국 외교부가 미온적인 기존 견해를 되풀이하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질의에, 외교부는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임금)미수금 자료의 입수를 통한 국내 보상 등과 관련해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답했다.

최 변호사는 “외교부가 일본에 책임 묻기를 포기하고,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문제를 국내 보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외무성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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