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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주류협회, 알코올중독 치료병원 출연금 약속 지켜야”

등록 2013-06-26 19:25수정 2013-06-26 21:16

정철(59)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카프병원분회장
정철(59)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카프병원분회장
문닫은 카프병원 노조 정철 분회장

연 50억원 출연금 약속해놓고
수익성 떨어진다며 병원 폐업
입원환자 100명 뿔뿔이 흩어져
직원들 6개월째 급여도 못받아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사회적 약속인 재단 출연금을 납부해 카프병원을 다시 정상화해야 합니다.”

정철(58·사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카프분회장은 26일 주류산업협회가 3년 동안 미납한 출연금 155억원을 약속대로 즉각 납부할 것을 촉구했다. 주류제조업체 35곳은 2000년 알코올중독 예방과 치료·재활·연구를 위해 공익재단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를 설립하고 연 50억원의 출연금을 내기로 약속했고, 2004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카프병원을 세웠다. 그러나 주류제조업체들이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카프병원은 최근 문을 닫았다.

정씨는 “주류업체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알코올중독 치료사업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약속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류업체들은 1997년 국회가 주류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려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자, 직접 소비자 보호에 나서겠다며 보건복지부에 출연금을 약속하고 각서까지 냈다.

카프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입원하는 알코올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으로 선도적 구실을 맡아왔다. 정씨는 “알코올중독의 예방 교육과 치료, 재활, 사회복귀까지 통합적 치료 시스템을 갖춘 유일한 기관으로서 환자와 가족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류산업협회는 약속과 달리 병원 설립 이듬해인 2005년부터 ‘시가 600억원가량인 재단 건물 매각과 병원 사업 포기’ 의사를 내비치며 문제제기를 거듭하다, 2010년 말부터는 출연을 중단했다. 결국 2월 말 여성병동에 이어 지난달 말 남성병동까지 문을 닫아 입원 환자 100여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사회복귀를 돕던 재활시설들도 석달째 공과금조차 못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프병원 직원들은 2006년 노동조합을 꾸려 7년째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지만, 6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한 직원 100여명 가운데 26명이 퇴사했다.

정씨와 노조원들, 환자 보호자들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19일부터 서울 관악구 남현동 한국주류산업협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카프병원 폐업은 수익성을 내세워 공공병원의 사회적 책임을 팽개친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라며 카프병원 정상화와 공공기관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퇴임을 6개월 앞둔 정씨는 “주류협회에서 20여년 근무하면서 카프재단 설립 초안을 직접 만든 만큼 병원을 원래의 취지대로 자리잡아놓고 떠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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