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보안 서약서’ 파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때 요구
“공원에 이적행위 기밀 뭔가” 비판
서울시쪽 “국정원 규정 어쩔수 없어”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때 요구
“공원에 이적행위 기밀 뭔가” 비판
서울시쪽 “국정원 규정 어쩔수 없어”
서울시가 공원 조경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기밀을 누설하면 이적행위가 된다”는 내용의 ‘보안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서울대공원과 서울시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시 산하의 서울대공원은 박원순 시장의 고용개선 정책에 따라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노동자 56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자 보안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 문서(1쪽짜리)에는 ‘이적행위’, ‘반국가적 행위’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기밀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기밀임을 인정한다”, “기밀을 누설함은 이적행위가 됨을 자각한다”, “누설하면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한다”고 돼 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56명의 노동자들은 주로 풀을 뽑고 나뭇가지를 치거나 사육사를 돕는 일을 한다. 보안 업무와 거의 상관도 없는 것이다. 대공원 쪽의 ‘지시’에 따라 서약서에 서명한 한 노동자는 “이적행위, 반국가적 행위라는 말을 보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오세범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공원 분회장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입막음용으로 보인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탈의실도 따로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실도 본관에만 있어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고 그는 전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조건의 개선이지 보안각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시 쪽은 국정원 규정에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보안업무 규정’이 안전행정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등에 내려왔고, ‘보안업무 규정 처리 규칙’과 ‘보안업무 규정 시행 세칙’이란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국정원 요구로 만든 규정을 지킬 수밖에 없다. 청사에 출입하는 임시직이나 단순 고용직도 보안서약서를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에서 이적행위가 될 만한 기밀이 과연 뭔가 묻고 싶다. 시대착오적인 보안서약서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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