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상가 리모델링 결정
개발로 사업비 회수 계획 물거품
“오세훈 전시장 무리한 추진 결과”
개발로 사업비 회수 계획 물거품
“오세훈 전시장 무리한 추진 결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임 당시 968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세운초록띠공원’의 사업비 회수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정비 방식을 변경하면서 벌어진 일로, 양화대교 교각 공사와 비슷한 상황이다.
1일 서울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는 2009년 5월 세운상가 1구역에 있는 현대상가를 헐어낸 자리에 3748㎡ 크기(축구장 크기의 절반 정도)의 세운초록띠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은 서울의 종로~퇴계로 사이 세운상가군을 모두 철거하고, 너비 90m, 길이 1㎞에 이르는 긴 녹색길을 조성하겠다는 ‘종묘~남산간 도심 남북 녹지축 조성사업’의 첫 단계 사업이었다.
시는 애초 예산으로 녹색길(세운초록띠공원 포함)을 먼저 조성한 뒤, 세운상가에 대한 대규모 통합개발이 벌어지면 구역별로 사업비를 분담하게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시가 최근 세운상가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을 기존의 ‘전면 철거’ 대신 소규모로 쪼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쪽으로 바꾸면서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소규모 분리 정비가 진행된다면 공원 조성에 들인 사업비를 회수할 길이 막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계속된 주민 갈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방식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쪽 책임이든 결과적으로 도심에 ‘아주 비싼 공원’을 만든 셈이 됐다. 시는 현재 이곳을 도심 벼농사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시가 최근 세운상가 개발 방식 변경을 발표하면서 이 공원 관련 사업비 회수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예산 낭비 감추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예산을 들여 도심 속 녹지공간을 확보한 게 됐다. 향후 복합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장환진 서울시의원은 “무리한 계획이 빚은 예견된 결과다.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논농사를 짓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상봉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서울풀시넷) 정책위원장은 “현실성을 무시한 채 녹지축을 연결하려다 1000억원의 예산만 낭비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업적’이다. 녹색을 빙자한 전시행정과 개발세력의 담합이 만든 예산낭비 사례”라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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