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상공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 1600여명이 사는 우도에 관광객들이 폭증해 올해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쏙] ‘제주도 옆 섬으로’ 여행 열풍의 그림자
제주도에 딸린 우도, 마라도, 비양도. 작은 섬들에 한 해 100만명 가까이 관광객들이 찾는다. 섬 주민들 모두가 달갑게만 여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왜 그럴까? 탐방객들도, 섬 주민들도 서로가 반가운 그런 길은 없을까?
“최대한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찾고 싶어 비양도를 찾았어요.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섬이 갖고 있는 자연의 순수성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주도가 너무나 많이 개발돼 있지만 아직까지 비양도는 좋은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보름 일정으로 제주도 배낭여행을 온 박준수(28·대학4)씨가 지난 9일 제주도 서쪽 한림읍 비양도를 찾은 이유다.
“비행기 타고 1시간이면 제주도에 올 수 있는데 섬은 또 색다른 맛이 나잖아요. 섬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우도와 비양도를 찾았는데, 여유가 있으면 마라도를 한번 가보려고 해요.” 비양도의 식당에서 식사하던 최유경(37·여·서울)씨는 제주도 지도를 펴놓고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에 딸린 섬들을 찾는 여행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7일 오후 제주도 동쪽 성산일출봉이 지척에 있는 서귀포시 성산포항에서 우도로 가는 도항선 안. 친구들과 함께 우도 여행에 나선 윤순민(35·서울 구로구)씨는 “우도가 아름답고 유명한 섬이라는 얘기를 듣고 찾게 됐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됐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우도 천진항에 도착하자마자 관광객을 기다리는 100대는 넘음직한 사륜오토바이, 관광버스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800여가구 1600여명이 사는 우도에는 10개 업체 224대(주민 소유 제외)의 사륜오토바이, 관광버스 20대와 스쿠터 등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성업중이다.
제주도 인근 우도·마라도·비양도…
관광객 연간 100만명 넘게 몰려 오토바이·차량 늘고 쓰레기 몸살
아름다운 청정자연 갈수록 훼손
상가 많지만 원주민 가게는 적어
“환경보호·주민배려 대책 찾아야” 항구에서 2㎞ 떨어진 서빈백사(홍조단괴로 이뤄진 해수욕장)로 가는 도로는 사륜오토바이와 스쿠터, 관광버스, 렌터카 등이 줄을 이었다. 빼어난 절경을 호젓하게 걷자는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오토바이나 차량들이 오는지 자꾸 되돌아봐야 했다. 앞서 걷던 관광객들이 오토바이가 내는 굉음에 깜짝 놀라 옆으로 피했다. 부인과 함께 섬을 자주 다닌다는 김아무개(45·서울)씨는 “사륜오토바이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과 소음이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우도를 샅샅이 보려 했는데 포기하고 나가야겠다”며 실망했다.
‘우도 8경’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도에는 ‘서빈백사’와 ‘동안경굴’ 등 절경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2007년 43만명에서 5년 만인 지난해 92만명이 찾았고, 올해는 6월까지 54만여명을 기록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본섬의 명승지보다 더 인기를 끄는 셈이다.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다. 중국 톈진에서 사업을 한다는 전성우(51)씨는 “우도가 깨끗하다고 해서 왔는데 너무나 많이 개발된 것 같다. 관광사업을 해야 주민들의 삶도 나아지겠지만 자연을 잘 보전하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도 주민들이라고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다. 끌것을 끌고 바다로 가던 해녀 김아무개(88)씨는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점빵(가게)도 좋고, 해녀도 좋고, 아무래도 좋주게(좋지)”라고 말했다. 영일동의 담벼락에서 쉬고 있던 해녀 출신 고순자(77)씨는 “오토바이 20대가 한꺼번에 마을을 지날 때도 있다. 동네 길을 걷는 것도 오토바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어 좋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시끄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피서철이면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붐비고 경관과 생태계가 몸살을 앓자, 제주도는 2008년 7월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촉진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우도의 차량 반입을 7~8월엔 하루 605대로 제한했다. 이전엔 하루 745대가 들어간 적도 있었다.
평일인 10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출항한 여객선은 조류가 센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를 심하게 흔들리며 30여분 만에 마라도 선착장에 닿았다.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친구 2명과 마라도를 찾은 김유나(29·여·서울)씨는 “주변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추천하고, 최남단이라는 의미도 있고 해서 왔다”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여름엔 더위 피할 곳이, 겨울엔 추위 피할 곳이 없다’는 여객선 안내원의 설명처럼 여의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섬(23만4000㎡) 마라도에는 그늘이 없다. 선착장에서 300~400m 가면 길 양쪽에 짜장면 가게가 7곳 늘어서 있다. 90년대 후반 휴대전화 광고에서 등장한 뒤로 유명해졌다. 횟집과 게스트하우스, 민박집들도 있다.
마을 길가에는 골프카트들이 이곳저곳에 서 있었다. 관광객을 태우다 2011년 11월 서귀포시의 제재로 운영을 중단했다. 주민등록엔 마라도 주민은 107명이지만, 실제 섬 주민은 50명 안팎이다. 이 작은 섬에 2007년 22만명이 들렀는데 5년 만인 2012년엔 64만여명이 찾았다. 올핸 6월까지 벌써 39만명을 넘어 기록을 경신할 참이다. 물질을 다녀와 해산물을 관광객들한테 팔던 해녀(74)는 “관광객이 오니까 아무래도 좋다. 생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섬에서 사는 주민들이 영업하는 가게는 드물다. 지한봉 마라리장은 “관광객이 몰려와도 주민들에게 들어오는 직접적인 소득은 없다. 주민더러 ‘물 좀 달라, 화장실 좀 쓰자’ 하면 거절할 수 없지 않나. 쓰레기도 엄청나다. 청소원 1명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다른 1명이 마라도 전체를 살피는데 감당이 되나”라고 말했다.
고려 목종 때인 1002년 화산 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 ‘천년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비양도는 천연기념물 ‘비양도 용암기종’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맛이 풍성한 섬이다. 최근 몇 년은 업체가 인근 한림읍 협재에서 비양도를 잇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해 몸살을 앓는 중이다.
제주시 한림항에서 도항선으로 15분 떨어진 비양도는 한림읍 협재나 옹포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지난 9일 무더운 평일인데도 관광객들이 몰렸다. 배낭여행객들, 무리 지어 스노클링을 하러 가는 이들도 보였다. 이곳도 늘어나는 쓰레기가 골칫거리다. 비양도 산책로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차철의(80)씨는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소각장에만 갖다놔도 괜찮을 텐데…. 관광객이 많이 들어와도 쓰레기 처리는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주민 김민정(26)씨는 “관광객들이 미리 물이나 간식을 사오기 때문에 주민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케이블카를 짓는다는 것을 마뜩잖게 여기는 듯했다. 김씨의 부친 김영배(60·전 이장)씨는 “케이블카 설치 논란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50여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 분위기가 흐려졌다. 케이블카 밖에서 보면 멋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관광객이 몰려들면 정작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어떻게 되겠나”고 말했다. 민정씨는 “무슨 대단위 시설보다는 체험공간이나 낚시터 등을 예쁘게 조성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해양문명 연구가인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섬은 사람들에게 유토피아다. 이상향이고 뭔가 있을 것 같은 설렘을 주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겐 고통과 격리일 수도 있다. 관광객이 많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섬의 수용능력을 고려해, 섬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 박물관이나 체험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섬을 찾아 오토바이를 타고서 1~2시간 둘러보고 말면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 하루쯤 섬에 머물며 섬 주민들의 삶과 문화, 자연을 접해보면 어떨까. 탐방객이 몸과 마음을 쉬면서 힐링(치유)도 할 수 있도록 섬 주민들도 맞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섬이지만 제주에 닿는 순간 제주는 육지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제주도 곳곳 자연·문화유산들을 둘러보던 이들이 딸린 섬들까지 찾아가는 연유는 무엇일까. 자연의 생명력, 그곳에 깃들여 사는 섬사람들의 모습을 접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탐방객들이 또 찾아가고 싶은, 주민들이 이들을 반기는 그런 섬으로 가꿔낼 방법은 무엇일까?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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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선착장에 10일 여객선이 접안하자, 제주도로 가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승객들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 우도의 검멀레해안 주변 거리가 7일 렌터카와 오토바이들로 붐비고 있다.
비양도의 산책로 주변에 9일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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