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광주여고보(현 전남여고)의 중간고사 백지동맹 사건을 주도했던 최순덕(사진)씨가 별세했다. 향년 103.
광주여고보 3학년 반장이었던 고인은 1929년 11월3일 광주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일시위에 참가해 치마폭에 돌을 담아 나르며 항거했다. 이날 시위로 수많은 학생들이 구속되자, 중간고사 전날인 9일 ‘구속 학생 석방과 조선 독립을 위해 한 글자도 쓰지 말고, 연필도 들지 말고, 운동장으로 모이자’는 호소문 150장을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이를 보고 전교생이 시험을 거부하면서 주동자인 최씨 등 47명이 무기정학을 받았고, 그는 학교 밖에서 기말고사 거부도 주도하다 이듬해 1월 퇴학당했다. 이 백지동맹은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전국의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고인은 1954년 학생독립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전남여고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지만, 외부에는 친구 이광춘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독립유공자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광주면 부면장이던 친구의 아버지가 호소문을 함께 썼던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최씨의 행적까지 없던 일로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 건국포장을 받은 이씨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최씨를 주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탄원했지만, 국가보훈처는 “기록이 부족하고 투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유족은 아들 이재민(순천향대 교수, 전 광주시 부교육감), 재균(치과의원 원장)씨 등 6남1녀가 있다. 빈소는 광주한국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9시다. (062)380-3444.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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