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20일 넘게 은폐 ‘의혹’
충남지역 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답안지를 고쳐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쪽은 이런 사실을 20일 넘게 감춰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달 5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수능 모의평가에서 아산 충남외국어고 3학년 부장교사와 담임교사 1명이 학생 7명의 답안지를 임의로 고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도교육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 교사는 시험이 끝난 뒤 학생 7명의 답안지 가운데 적게는 1문항에서 많게는 3문항까지 모두 14개 문항의 틀린 답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정답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성적을 조작했다. 담임교사는 자신의 반 학생 6명, 부장교사는 다른 반 학생 1명의 답안에 이런 방법으로 손을 댔다.
교사들의 부정 행위는 같은달 28일 성적표를 받은 해당 학생들이 ‘예상보다 내 성적이 높게 나왔다.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교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이 확인에 나서고 문제 제기를 하자 해당 교사들은 이달 2일 학부모·교사들에게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시인했다. 해당 학생들은 영역별로 모의 수능 점수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충남외고는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체적으로 문제를 수습하려 했을 뿐 상급 감독기관인 도교육청에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이 외부에 문제를 제기한 뒤인 24일에야 도교육청에 보고가 이뤄졌다.
도교육청은 올해 들어 장학사 시험 비리로 김종성 교육감과 장학사·교사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등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교사들의 부정 행위까지 나오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감사관실 직원을 보내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성적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도교육청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부정을 저지른 교사들이 지난 3월 서울지역 대학들 탐방을 가서 한 입학사정관에게 ‘모의 수능 점수가 잘 나오면 수시전형에서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오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모의 수능 점수는 외부에서 자료 요구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수시 전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번주까지 해당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문답 조사 등을 거친 뒤 징계에 나설 참이다. 또 모의 수능 답안지에 담임교사가 임의로 접근하는 문제 등을 포함해 제도 개선책을 마련중이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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