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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시민 뜻대로’ 북촌 언덕길 보존한다

등록 2013-08-01 20:33수정 2013-08-01 21:08

종로 북촌 화동고갯길 위치도
종로 북촌 화동고갯길 위치도
화동고갯길 깎기 공사하던 종로구
시민 5500명·박원순시장 요구 수용
좁고 굽은 옛날 길을 밀어내 넓고 반듯하게 만드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에, 서울 종로구 북촌 화동고갯길이 지금 언덕 상태로 보존된다. 약 100m 길이의 화동고갯길을 깎아 길을 완만하게 하는 방안을 두고 ‘편리·안전’과 ‘옛 정취’로 지역 주민 의견이 나뉘어 논란을 빚어왔다.

서울 종로구는 1일 고갯길 깎기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화동고갯길 구조개선공사’를 중지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고갯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자 안전 울타리와 미끄럼방지 포장, 과속방지 교통안전표지판 설치 등을 이달부터 추진한다. 이 길은 서울시립정독도서관에서 재동초등학교 쪽으로 넘어가는 야트막한 언덕길이다.

2011년부터 이곳 주민들은 활등처럼 휜 이 고갯길의 경사가 급해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면서 종로구에 고갯길의 경사를 낮춰달라는 건의와 민원을 5차례 냈다. 주민 4000여명이 뜻을 모았고, 지난해 서울시는 주민 참여예산 사업의 하나로 이를 선정했다. 종로구는 3억6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경사 15도의 언덕길을 약 1m 깎아 경사를 완만하게 하는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가 칼럼(<한겨레> 4월3일치 30면)에서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 고즈넉한 곡선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고갯길 지키기 서명운동이 확산됐다. 고갯길을 그대로 두자는 주민들과 이 거리를 찾은 시민 등 5500여명이 참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공사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종로구는 사업 추진을 일단 보류하고 북촌 한옥마을 단체와 주민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교통·도로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점검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막상 현장을 점검해보니 상하수도와 전기통신 시설이 땅밑에 깔려 있었다. 이를 옮기려면 예산이 더 들고 단전·단수 등으로 주민 불편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냥 두자는 시민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종로구는 지금 고갯길 상태 그대로 두고, 교통사고 예방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회에 북촌의 상업화를 막는 적극적인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옥선희(54) ‘북촌을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옛 고갯길을 지킬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북촌은 산책하고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거리,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홍 종로구의원은 “북촌의 바람직한 발전 방안을 놓고 이달 중순께 시민토론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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