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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사제의 일갈 “공동선 파멸에 침묵은 죄”

등록 2013-08-02 19:47수정 2013-08-03 07:17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맞서 목소리를 내왔던 원로 사제 정규완 신부가 1일 전남 순천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공동선이 파멸될 위협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침묵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며 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한 뜻을 말하고 있다.   최성욱 다큐 감독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맞서 목소리를 내왔던 원로 사제 정규완 신부가 1일 전남 순천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공동선이 파멸될 위협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침묵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며 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한 뜻을 말하고 있다. 최성욱 다큐 감독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선언 참여 정규완 신부
“국기문란 사건에 대통령 함구
그럼 우리에겐 ‘대통령 아니구먼’”

광주지역 4대 종단 시국선언
“국민 분노 외면말라” 사과 촉구

침묵은 수도의 수단이다.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은 침묵 속에 머물면서 하느님을 만난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침묵을 깼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불법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원로 사제 정규완(74) 신부는 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선이 파멸의 위협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침묵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며, 정의롭지 못한 침묵에 대해 분노했다. 정 신부는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는 공동체 선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그렇게 (침묵)하면 우리는 ‘그러면 대통령이 아니구먼’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대학생과 대학교수, 시민사회단체에 이은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이 침묵을 강요하는 권력의 의중을 깨는 울림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 천주교 15개 교구 가운데 7월22일 부산교구 121명을 시작으로 7월29일 마산교구 77명에 이어 7월31일 광주대교구 신부와 수도자 508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1일엔 원불교·불교·천주교·개신교 등 광주지역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연대해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냈다.

천주교 신부와 수도자들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에 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에 “하느님의 정의를 두려워하고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 신부는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진실을 덮으려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그는 “결국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논란의 실마리를 찾아 그것부터 따져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유신독재와 80년 5월 등 침묵을 강요당했던 시절, 정 신부는 침묵하지 않았다. 70년대 함평 고구마 사건 때 정부와 농협에 항의하는 농민들과 함께했고, 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신군부의 무력진압을 막으려다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노신부는 2003년 은퇴 이후에도 침묵에 파묻혀 있지 않았다. 서민들과 경찰관이 희생된 서울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엄중하게 꾸짖었다. 그가 이번에 또 세상을 향한 죽비를 들었다.

순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최성욱 다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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