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10월 개막앞 입장권 판매 ‘비상’
100억원어치 부서할당 악습 되풀이
유관기관·업체에 부담 전가 초래
“공무원 동원 강매 악순환 중단을”
100억원어치 부서할당 악습 되풀이
유관기관·업체에 부담 전가 초래
“공무원 동원 강매 악순환 중단을”
“‘슈퍼 갑’의 요구를 거스를 수도 없고, 불경기에 목돈을 내기도 어렵고 답답합니다.”
에프원(F1) 국제자동차경주 한국대회(이하 에프원)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남에 기반을 둔 기업인들이 공무원의 입장권 구입 협조(?)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기업인은 “에프원이 언제 완전히 끝나느냐? 해마다 에프원이 열리는 가을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4일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요구받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전남도의회에서 올해 적자가 150억원을 넘으면 (대회 개최를)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뒤 더 심해졌다.”
올해 에프원은 10월4~6일 영암경주장에서 펼쳐진다. 에프원조직위는 대회·사업·교통·숙박 등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특히 목표액을 180억원으로 잡은 입장권 판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조직위는 예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0% 늘었다며 대회 운영에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입장권 133억원어치를 팔았던 조직위는 올해도 16만명을 유치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입장권은 연습·예선경기 5000~34만원, 결승경기 12만~72만원이다. 현재까지 대량구매를 약정한 기관은 광주은행 3억원, 삼성카드 7000만원 등이다. 도금고를 운영중인 농협중앙회도 액수를 놓고 고심중이다.
공무원들에게 입장권을 할당하는 악습도 되풀이되고 있다. 전남도는 13개 실·국에 30억원에서 2억원까지 100여억원어치를 팔도록 할당했다. 이 때문에 전남도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는 “공무원들이 영업사원이냐? 한두푼도 아니고…”라는 볼멘소리가 올라오기도 했다. 공무원한테 할당된 입장권은 사업 연관이 있는 기관이나 업체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정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직위는 지난해 입장권 강매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자 전남도공무원노조와 시·군공무원노조, 시장·군수회의와 부시장·부군수회의 등을 통해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왔다. 올해는 22개 시·군에 명시적 할당액은 없지만 모범공무원 포상비나 국제행사 참가비 등 예산 3000여만원씩을 입장권 구매에 돌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한 공무원은 “일부 시·군은 올해도 목표액을 정해 공무원들한테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입장권 판매액 가운데 3분의 2를 공무원이 했다고 한다. 행정기관은 공무원들을 동원하고, 공무원들은 이해관계인을 압박하는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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