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정부에 등급 간소화 건의
“16등급 구분을 4등급으로 줄이자
지방 함량 기준 탓에 생산비 높아”
“16등급 구분을 4등급으로 줄이자
지방 함량 기준 탓에 생산비 높아”
“시원투플(C1++), 에이원플(A1+), 비원(B1)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전남 해남에서 30여년 동안 한우을 키우고 있는 민경천(57·광주전남한우협회 회장)씨는 23일 “소 등급판정 제도가 소비자를 위해 만든 제도인데, 1등급을 세분화한다고 플러스를 두개씩이나 붙여 암호처럼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16개 등급이 나오는데 4개 등급 정도로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복잡하고 어려운 소 등급판정 제도를 고치자고 정부에 제안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6일 소 등급 표시를 16개 등급에서 4개 등급으로 단순화해 소비자가 쉽게 구별하고 선택의 기준으로 삼게 해 달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했다. 현재 등급은 도체 체중에 따른 3단계(A, B, C)와 지방 함량에 따른 5단계(1++, 1+, 1, 2, 3)를 함께 반영해 표시한다. 이를 육질에 따른 4개 등급(1, 2, 3, 등외)으로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또 최고등급(1++)의 지방 함량을 18%에서 10%로 낮추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현행 고시의 등급별 지방 함량 기준은 1++ 등급이 18% 이상, 1+ 등급이 15%, 1등급이 10%, 2등급이 6%, 3등급이 5%로 정해져 있다. 올해 상반기 판정 결과는 1++등급 9.2%, 1+등급 20.9%, 1등급 30.2% 등 1등급 이상이 60.3%에 이르러 고지방육이 높은 값을 받고 있다. 이런 기준은 저지방 식품을 선호하는 추이에 역행하고, 고지방육을 만들기 위한 장기 사육으로 생산비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미국에선 최고 등급(프라임)의 지방 함량이 9% 수준이라는 사례도 제시했다.
도 축산정책과 류철혁씨는 “근내 지방함량 위주로 등급을 판정하기 때문에 25개월이면 출하가 가능한 600㎏까지 성장하는 거세우를 6~7개월 더 키워 사료비 상승과 고깃값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며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공장식 축산을 개선하기 위해 최고 등급의 지방 함량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전남도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축산전문가, 축산물품질평가원, 생산자·소비자 대표 등 6명도 농식품부 고시인 ‘소 등급 판정 세부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생산자 쪽에서 고지방육에 초점을 맞춰왔던 사육 방식을 급격하게 바꾸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축산농민 민경천씨는 “등급을 간소화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지방 함량을 낮추면 육량이 많은 수입소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입산으로 만든 가짜 한우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