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인씨 300여가지 표본 전시
“난치병 환자에게 위안 됐으면”
“난치병 환자에게 위안 됐으면”
“보존된 약초를 보고 값을 묻는 이들이 있어요. 생명을 위해 만든 표본을 팔라고 하니 참….”
‘함초 박사’로 알려진 박동인(60·사진)씨가 새달 1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해리에 약초박물관을 연다. 전시실 148.5㎡와 체험실 49.5㎡로 구성된 박물관에는 함초·천문동·석창포를 비롯한 300여 가지 약초 표본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는 “20년 넘게 준비했다. 재산과 세월이 다 녹아들어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해남군 마산면 용반리 바닷가에서 자란 그는 서울로 나가 제법 성공한 양복기술자가 됐다. 1996년 만성적인 배앓이로 고통을 겪던 그는 어릴 적 배가 아플 때마다 어머니가 죽을 끓여주곤 했던 바닷가의 풀을 찾아 나섰다. 바로 갯벌 염전 주변에서 자라는 함초였다. 덕분에 건강을 회복한 그는 아예 낙향해 함초의 성분과 효능, 재배 방법을 연구하는 데 몰두한 끝에 식용화와 상용화에 성공했다. 쓸모없이 버려지던 함초가 1㎏에 1만원씩 팔리는 어엿한 식품으로 대접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건강과 식물에 대한 관심은 천문동과 석창포 등 약초의 재배, 대체의학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2004년 신지식농업인과 신지식인, 2012년 대한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시실에는 그가 그동안 수백가지 약초를 채취해 보관하고 기록해온 500여개의 표본병을 비치했고 갖가지 약초로 담근 술을 시음하고 그 특성이나 효능 등을 토론하는 체험실도 따로 두었다. “박물관을 통해 난치병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한테 위안을 주고 희망을 품게 할 수 있다면 보람이겠다. 치유가 필요하거나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바닷가 약초꾼 1호’라 부르는 그는 “여태까지는 식물이 소금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함초가 이를 뒤집었다. 박물관이 자리를 잡으면 일조량이 많고 소금기가 있는 바닷가에 약초공원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무안/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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