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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하 500m 막장 찾아간 재판부

등록 2013-10-08 20:06수정 2013-10-08 20:39

서울중앙지법, 화순탄광 현장검증
지표수 고갈 민원소송 ‘열린 법정’
주민들-석탄공사 공방전 벌어져
“상경 어려운 당사자들 진술 들어”
“주민들의 농토가 바로 이 위에 있습니까?”(주민)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화순광업소)

8일 오전 10시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복암생산부의 2사갱 18편(갱의 층) 안. 현장검증을 위해 입구에서 2137m를 들어온 깊이 489m의 갱도 안에서 지하 위치를 두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갱도 굴착 탓에 지표수가 마른다는 원고 쪽이나, 이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피고 쪽이나 위치는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였다. 어둠 속의 설전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도면을 대조해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이곳에서 수직으로 100m쯤 올라간 2사갱 16편의 저수시설 앞. 원고와 피고가 한층 눅눅하고 후끈해진 갱도 안에서 저수용량을 둘러싸고 다시 맞붙었다. 피고 쪽인 이성우(57) 화순광업소장이 “용량이 500㎥인데 어느 정도 차면 150마력짜리 양수기로 퍼올린다. 지름 50㎜ 배수관으로 위쪽으로 퍼올린다”고 설명했다. 원고인 주민 임승용(46·동면 복림마을)씨는 “저수조가 높이 2.3m, 너비 3.3m 규모에 길이도 상당한데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양수기를 가동한 작업일지로 배수량을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7일부터 전남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일원에서 찾아가는 법정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틀 동안 김기주(49)씨 등 주민 51명이 대한석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심리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탄광 개발과 갱도 굴착으로 1980년대 이래 골짜기의 지표수가 말라붙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며 민원을 제기해왔다. 주민들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민 민원이 쟁점으로 불거졌고, 2011년 국가권익위원회에서 화해를 권고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인 대한석탄공사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한석탄공사를 상대로 84필지 6만여㎡(1만8000여평)에서 토지가치 하락과 영농수입 상실 등 손해를 입었다며 9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쪽의 현장검증 요청을 받아들여 화순광업소에서 9차 변론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6시간 동안 84필지가 있는 큰주리개골·인골·정금동골 등지를 돌아보고, 3시간 남짓 복암갱 지하 500m 갱도 안으로 들어가 저수시설과 배수펌프, 가동현황 등을 살폈다. 원고 쪽 박용두 변호사는 “힘없는 주민이 공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갱도 안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현장검증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재판장인 장준현 부장판사는 “열린 법정을 열어 서울에 오기 어려웠던 당사자들의 진술을 들었다. 현장을 봤지만 갱도 굴착으로 지표수가 말랐는지, 고갈의 정도가 경작이 불가능한 정도인지 등은 전문 검증이 필요한 분야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화순/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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