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건의문 “주민희생 중단해야”
주민들 “전선감옥 된 마을 쑥대밭”
주민들 “전선감옥 된 마을 쑥대밭”
전남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봉두마을의 송전탑 설치를 두고 주민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15일 한전에 봉두마을의 송전탑을 지중화해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여수시의회는 “전기는 전선을 통해 흘러들어야지 사람의 눈물을 타고 흘러서는 안 된다”며 “봉두마을 주민들한테 더는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봉두마을엔 한전의 고압선 3가닥이 지나가면서 마을 반경 500m 안에 송전탑 25기가 설치돼 있으며, 마을에서 주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송전탑이 37기나 된다.
봉두마을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송전탑 추가 설치에 맞서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존 송전탑의 원거리 이전 △신설 송전선로 지중화 △주민 건강역학조사 시행 등을 요구해왔다. 위성초(66) 이장은 “한전이 전선으로 마을을 에워싸 감옥을 만들어 놨다”며 “한전이 송전탑이 눈에 잘 보이지 않도록 녹색으로 칠하는 잔꾀나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산권이 아니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며 “마을 앞으로 34만5000볼트 한 가닥, 15만4000볼트 두 가닥이 지나는데 그것도 부족해 올해 마을 주변에 6기를 더 세웠다”고 답답해했다.
주민들은 송전탑 때문에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 박병옥(61)씨는 “500년 전통의 마을에 77가구 200명이 살고 있는데 40여년 전부터 송전탑이 들어서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바람이 불면 전선에서 소음이 심하고, 사람과 가축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등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전 쪽은 “송전탑 설치가 이미 끝나 전선을 옮기는 작업만 남는 등 사업이 이미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며 “신설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려면 비용이 47억원, 기간이 53개월 추가로 필요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은 2011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174억원을 들여 율촌산단변전소~여수산단개폐소를 잇는 20㎞ 구간에 300~400m 간격으로 송전탑 45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시행중이다. 봉두마을은 이 구간에 있는 20개 마을 중 한 곳이다. 이 사업은 2011년 4월 여수국가산단에서 정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뒤 지식경제부의 선로 보강 지시에 따라 추진됐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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