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38년 수공 외곬 ‘세한도 붓통’ 충남의 대표 자랑거리 되다

등록 2013-10-31 21:24

목공예 장인 정봉기(55)
목공예 장인 정봉기(55)
[사람과 풍경] 예산 목공예 장인 정봉기씨

1개 제작에 3년…도 문화상품 뽑혀
최근 3D레이저로 대량생산 나서
3년, 38년, 50년.

목공예 장인 정봉기(55)씨의 삶은 이 세 숫자로 갈무리된다. 그가 만드는 ‘세한도 붓통’은 국내산 물푸레나무를 그늘에서 말린 뒤 선반 가공을 거쳐 다시 말리는 과정을 거듭한다. 이어 사포 작업을 하고 먹물색을 입힌 뒤 건조와 채색, 밑그림 그리기를 마치고 또다시 사포 작업을 반복해야 붓통 하나가 만들어진다. 원재료 물푸레나무는 50년 넘게 자란 강원도산을 주로 쓰는데, 나무 한토막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1844년·국보 180호)가 멋들어지게 새겨진 붓통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정씨의 손길이 수백차례 닿아야 한다. “때마다 미리 말려둔 나무를 쓰니까 붓통은 그때그때 만들 수 있어요. 나무 건조부터 제작까지 전체로 치면 3년이 걸리는 셈이죠.”

충남 예산군 봉산면에서 부인, 아들딸과 함께 ‘봉대민속공방’을 운영하는 정씨는 16살 때 아버지한테서 목공예 기술을 물려받았다. 이후 그가 오로지 추사체를 활용한 서각 필통과 목각 생활장식품을 고집해온 세월이 38년이다. 그동안 여러 공예품대전에서 상도 20여차례 받았다. 대대로 목공예품을 만들어왔다는 정씨는 “추사 선생님 고향이 예산이고 제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추사 작품을 많이 새기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세한도 붓통은 1만원부터 500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수공으로 일일이 정성을 들인 제품은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손으로 직접 만든 걸 좋아해서 좀 비싸더라도 수공예로 한 걸 사가더라고요.” 그는 세한도 붓통을 더 널리 알리려고 여섯달 전 입체(3D) 레이저 가공기를 공방에 들여 대량생산에도 나섰다.

30일 충남도는 정씨의 세한도 붓통을 ‘2013년 충청남도 인정문화상품(4호)’에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정제된 목재와 작가의 오랜 경륜이 배어 있어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형태로 충남 지역의 상징성을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도는 정씨한테 상품 개발 장려금을 지원하고 도가 여는 행사 때 우선 출품할 수 있는 혜택을 줄 참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예산군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