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 4월 ‘보도블록 10계명’을 도입하는 등 보행의 안전성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일부 보도에선 ‘땅밑 부실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보도 정비사업 현장 62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42건의 시정요구와 4건의 개선요구를 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 4월18일부터 20일 동안 본청과 사업소(5개 기관), 자치구(10곳), 지방공사(1곳) 등 모두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감사에선 공사를 마친 뒤에는 잘 보이지 않는 기초 부분에서의 부실 시공이 많이 적발됐다. 보도공사의 기초 부분인 기층을 혼합골재 대신 모래로 깐 곳이 많았다. 설계도면에는 기층 두께를 30㎝로 하도록 했는데 13㎝로 얕게 하는 ‘눈속임 시공’도 있었다. 차량진출입부는 10㎝ 높이의 콘크리트로 해야 하는데 혼합골재를 쓰기도 했다.
이를테면 서울시 서초구 한남나들목 하부 보행로 조성공사에선 보도블록 공사구간(총 429m) 기층의 두께를 30~57% 부족하게 시공했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 보도블록을 투수블록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표층만 바꿔 하나마나한 공사가 됐다.
보도의 경계에 설치하는 경계석의 사각형 기초콘크리트를 거푸집 없이 시공하여 부정형으로 흘러내려 옆으로 밀리거나, 고정판을 박지 않고 엘(L)자형 경계판을 설치하는 등 땅속에서의 부실사항이 많이 적발되었다. 보도블럭을 깔면서 길 가운데 쪽으로 비탈지게 해 물고임이 생긴 사례도 있었다. 점자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의 길이와 폭이 기준에 미달한 경우도 많았다.
감사관실은 “부실이 심하거나 부당하게 공사한 11건의 공사에 대해선 재시공하도록 했고,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4건에 대해선 환수조처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공사 감독관 3명에 대해선 경징계 조처를 권고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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