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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위의 그 책’ 제가 갖다 놨어요

등록 2013-11-03 19:23수정 2013-11-03 22:19

탁아림(25·전남대 대학원 경제학과)씨
탁아림(25·전남대 대학원 경제학과)씨
광주 ‘책 읽는 벤치’ 운영자 탁아림씨
집앞 의자에 책 놓기 운동 제안해
두달만에 ‘벤치지기’ 100명 기념잔치
“여럿 앉는 의자가 소통공간 됐으면”
길을 걷다 벤치에 앉았는데 한쪽에 바구니가 있다. 누가 잊고 간 물건일까? 바구니 안엔 책 몇 권과 ‘좋은 책을 함께 보고 싶다’는 메모가 있다. ‘책 읽는 벤치 인 광주’(책벤 광주)의 현장이다.

‘책벤 광주’는 두 달 전 대학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탁아림(25·전남대 대학원 경제학과·사진)씨는 페이스북(facebook.com/groups/oursharingbench)에 “집 앞 벤치에 책을 놓아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2일 저녁 광주시 서구 치평동 무각사 안의 북카페에서 “딱딱한 벤치에 사람들의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벤 광주의 운영자이자 제1호 ‘벤치지기’다. 벤치 하나를 한 사람(벤치지기)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날 잔치도 열었다. 100번째 벤치지기 탄생 기념이다. 대부분 처음 대면한 벤치지기 40여명은 저마다 벤치에 책바구니를 매달 때의 설렘, 책들이 통째로 사라졌을 때의 허탈함, ‘사랑해요 벤치지기’라는 화답 메모를 읽었던 즐거움 등을 털어놨다.

“책을 읽자는 지식 배가 운동은 아니에요. 집 앞 벤치에 내 책을 기부하고, 비면 다시 채우고, 남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배려하자는 지역공동체 운동에 더 가깝죠.” 탁씨는 “벤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의자’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과 공유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9월7일 발대식을 열었다. 10년 전 네덜란드에서 등장한 루일방크(Ruilbank) 프로젝트에서 착안했다. 지하철에서 다 읽은 신문을 다른 이가 볼 수 있게 빨간 집게(클립)에 꽂아두자는 것이었다. 광주에선 메모지를 담은 바구니와 비·눈에도 걱정 없는 철가방 등으로 진화했다. 책 읽는 고릴라, 광주재능기부센터, 광주·전남대학생소셜네트워크 등 단체 7곳이 동참해 힘을 보탰다.

전남대를 중심으로 광주시청 앞 버스정류장, 일곡택지 근린공원으로 퍼지더니 산책길과 아파트 등 광주시내 80여곳으로 확산됐다. 벤치지기도 대학생·공무원·지방의원·교수 등으로 다양해지고, 나이도 8살부터 60살까지 노소가 따로 없다.

벤치지기는 책벤에서 고유번호와 안내표지를 받아 그냥 시작하면 된다. 벤치를 정해 책 3~6권을 담은 바구니와 생각을 적을 메모지 따위를 놓고 하루 한두 차례 찾아가 관리한다. ‘책벤의 기상 캐스터’ 정진주(23)씨는 밤 9시면 다음날 날씨를 알려주며 비나 눈이 오면 비닐백이나 지퍼팩을 준비하도록 한다.

탁씨는 “어디에 몇개 운영한다는 목표는 없다. 대구, 부산, 나주에서 해보겠다는 이들이 있다. 아파트 놀이터, 직장 안 정원 등을 공유하는 운동이 시민들 사이에 일어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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