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대마산단 입주 에코넥스
전기차 기술·자본금 없는데도
투자자 3730명 속여…5명 구속
전기차 기술·자본금 없는데도
투자자 3730명 속여…5명 구속
전기자동차 관련 업체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들이 뒷배를 봐주는 것처럼 홍보해 투자자를 모집해 687억원을 챙긴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영광경찰서는 8일 영광군 대마면 대마산업단지에 ㈜에코넥스와 에코넥스이디디(EDD) 등을 차려놓고 ‘주식이 상장되면 수십배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3730명한테 687억원을 가로챈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소아무개(59) 에코넥스 대표 등 5명을 구속하고, 임아무개 에코넥스 사원과 주식 판매자 등 49명을 입건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소씨 등은 애초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기술력과 자본금이 없었는데도, 2010년 초부터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영광군에 터를 잡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2009년 12월 자동차전용 산업단지인 대마산단 기공식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했다. 국회의원을 거쳐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2010년 한해 남짓 에코넥스의 회장을 맡아, 시장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들러리를 섰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2011년 2월 에코넥스와 투자협약을 맺었고 그해 4월 친환경에너지 박람회장의 이 회사 부스를 찾았다.
이순재 영광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들이 정치인들의 방문이나 활동하는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에 담아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이 업체가 대마산단에 입주한 배경과 영광군으로부터 보조금 11억원을 지원받은 경위를 수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소씨 등은 2010년 4월~2012년 12월 영광과 서울 강남 등에서 ‘자신들이 13년 동안 네덜란드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친환경 신개념 기술인 전기차 직구동 모터를 개발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직구동은 자동차 바퀴에 장착한 모터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방식으로서, 내연기관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이들은 홍보했다.
대다수가 서민인 투자자들한테 3억6000만원까지 평균 600만~1000만원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팔았고, 모집자들한테는 30~40%의 보상금을 주는 등 다단계 수법을 쓰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투자자 가운데는 기무사령관 출신, 중견 연예인 등도 있었고, 김 전 지사의 영향으로 경남지역에 사는 이들도 꽤 있었다.
경찰은 “소씨에게는 애초 직구동 원천 기술과 아시아 판매 독점권이 없었다. 그는 한국형 직구동 모터를 개발중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소씨는 수소보일러와 전기배터리 등과 관련해 세 차례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광/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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