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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시골 어르신·꼬마 함께 사진작가 됐어요

등록 2013-11-13 21:58

한상옥(73)씨
한상옥(73)씨
예산 달팽이미술관서 23명 사진전
6개월간 공동작업한 46점 내걸어
“아휴, 잘 찍긴유? 선상님이 하라는 대로 꽃도 찍고, 나무도 찍고, 집도 찍은 거쥬.”

13일 충남 예산군 대흥면 달팽이미술관. 자신의 꽃 사진을 걸던 한상옥(73·여·사진)씨는 쑥스럽다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씨는 15~24일 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동행’에 꽃, 등대를 찍은 사진 2점을 출품했다.

사진전 ‘동행’에 출품한 사진작가는 모두 23명이다. 12명은 대흥면에 사는 어르신들이고 11명은 이곳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세대를 뛰어넘어 사진을 배우며 함께 출사를 다니는 등 공동 작업을 해 2점씩 46점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들이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잡은 것은 지난 4월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회장 이명구)가 사진교실을 열면서부터다. 강의는 사진작가 이기완씨가 맡았다. 말 그대로 노약한 수강생들은 일요일 오후 2시에 만나 2시간씩 사진의 구도와 반셔터 사용법, 사진에 마음을 담는 표현법 등을 차근차근 배웠다.

마을 앞 예당저수지의 사계절은 좋은 습작 소재가 됐다. 일하러 밭에 가는 길이나 마을 주민과 놀러 갈 때도 이들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새벽이슬과 안개, 빗방울이 튀는 논밭, 마당 빨랫줄에 앉은 참새, 빗물 고인 길에 선명히 남은 경운기 바퀴 자국 등 시골의 일상을 담았다.

“길가에 달리아가 피었길래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었어요. 나중에 큰 화면으로 보니 꽃잎이 빨갛고 넙데데한 게 정말 예쁘데요.” 최연장 수강자 안종옥(83)씨는 “사진을 찍으면서 주변의 것들을 자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본 모습을 모르고 평생 살아온 게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천방지축이던 막내 장준형(7·초1)군도 “집중과 관찰하는 법을 배운 끝에 영혼이 자유로워 보인다”는 평을 받은 형이상학적 작품을 걸었다. 그러나 사진 찍기에 열심이던 강신구(81)씨는 투병하느라 작품을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박효신 사무국장은 “잘 찍으려고 한 게 아니고 보이는 대로 찍어서 작품들이 순수하다. 사진교실은 끝났지만 수강생 모두 사진 찍기를 즐기며 마을의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이 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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