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삼성의 떡값을 받은 관리 대상 검찰 간부 명단에 김 후보자가 들어 있다며, 관련 자료를 영상으로 띄우자 이를 보려고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25년 전 매입한 전남 여수의 토지는 도시계획구역 안에 있어 김 후보자가 주장한 전원 주택 터보다는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곳으로 나타나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남 사천 출신인 김 후보자는 여수 땅에 대한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은퇴한 뒤 집을 짓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1988년 9~11월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밭 2필지 985㎡(298평)를 사들였다. 그가 85~87년 광주지검 순천지청 근무를 마치고 서울지검 동부지청으로 옮긴 뒤였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토지는 77년 4월18일 옛 여천군(98년 여수시로 통합)의 도시계획에 의해 도시계획구역에 포함됐다. 도시계획구역은 미래의 도시의 발전을 예측해 각종 토지 이용과 시설 계획을 정하는 영역을 이른다. 여천군이 세운 도시계획을 통합 여수시가 그대로 승계함에 따라 이 토지는 여태껏 도시계획상 자연녹지지역으로 관리돼 왔다.
그가 토지를 사들인 88년은 인근 율촌산업단지에 현대자동차가 입주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시기였다. 이 일대가 산단 배후터로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농지 80% 가량이 서울·부산 등지 외지인들한테 팔려나갔다. 이 지역에서 30여년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주화섭(80)씨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개발 예정지로 꼽힌 산수리 일대엔 기획 부동산 업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 토지 근처 마을 이장 위종량(66)씨는 “이 마을에 은퇴한 뒤 집을 지은 외지인은 한 명도 없다. 4차로 도로가 뚫리고 송전탑이 에워싸 전원 주택을 짓기에는 마땅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땅을 산지 10년 뒤인 98년 5월 율촌면 산수리 일원 116만㎡는 건설교통부에 의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고시됐다. 여수시는 이 일대에 아파트 1만914가구 주민 3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택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당시 사업조서에는 김 후보자의 토지 2필지가 모두 포함됐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율촌산단 입주 전망이 어두워지자 개발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여수시는 2003년 7월 택지개발을 포기하고 지구지정을 해제하는 절차를 밟았다.
‘경자유전’(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함)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88년 당시 농지개혁법이 정한 농지매매증명(현재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지 않고도 농지를 사들일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일반 농지를 사려면 ‘6개월 사전 거주’ 조건을 갖춰야 면장이 농지매매증명을 발급했지만, 도시계획구역 안의 농지매매는 당시 도시계획법(85년 10월 시행)에 따라 농지개혁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런 조항은 96년 농지법 제정과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폐지돼 도시지역의 농지도 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매매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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