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전시 대흥동 산호여인숙이 연 ‘도시의 숨비소리’ 전시회에서 입주작가 인솔아(오른쪽)씨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과 풍경] 전시회 열리는 ‘산호여인숙’
대전 대흥동 게스트하우스서
젊은 작가들 ‘도시와 환경’전
“옛 도심문화 사랑받았으면”
대전 대흥동 게스트하우스서
젊은 작가들 ‘도시와 환경’전
“옛 도심문화 사랑받았으면”
산호여인숙은 대전시 중구 대흥동 중부경찰서 담벼락 너머 골목에 숨어 있는 오래된 작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젊은 작가 여섯명이 오는 24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1층 작은 방 5곳이 전시장이다. 작은 탁자, 의자, 작은 창문이 하나씩 있는 그 방의 벽과 바닥에 작품이 놓였다.
김보람의 방에는 펜과 아크릴로 스케치한 집들이 가득하다. 예전에 어떤 가족에게는 무척 행복한 공간이었을 작은 집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물음표가 찍힌다. 이홍한의 방은 철로 만든 거리와 집, 대문이 묵직하게 들어차 있다. 멀쩡한 건물인데 전체적인 형태는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 같다. 인솔아의 방은 이끼와 풀이 덮인 도시에 편안한 표정의 옛사람들이 산다. 목척교의 우주선 같은 다리지붕 위에도 이끼가 덮였지만 폐허가 아니라 신선한 느낌을 준다. 최주희의 방은 도시의 밤과 낮이 대조를 이룬다. 시간에 따라 낮설게 보이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변신에는 능하지만 외롭다.
또다른 전시는 공공미술팀인 왁구바리 셰이크(권재한·이상규)가 주인공이다. 팀 이름만큼이나 도깨비 스타일인지라 이들의 작품이 있다는 얘기는 무성하지만 실제 본 사람은 드물다. 어느 날 갑자기 목척시장 뒷골목의 녹슨 철제문에 새 문이 그려졌다면, 쓰러질 듯 위태로운 블록벽에 전시장처럼 소품들이 붙었다면 단언컨대 아무도 없는 한밤에 이들이 작업한 흔적이다.
전시장, 채 2평이 안 되는 방들은 애초 가난한 이들이 고단한 몸을 잠시 뉘었던 쪽방이었다. 1977년 지어진 이래 산호여인숙은 아직도 게스트하우스로 기능하며 여행객들의 쉼터 노릇을 한다. 다만 1층은 젊은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간이다. 숨비소리전 참여 작가들은 5월 산호여인숙이 공모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응모해 ‘도시와 환경’ 주제에 걸맞은 작업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계획서를 내고 방을 하나씩 받았다. 이들은 다달이 인문학 세미나를 열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교감했다.
산호 레시던시 프로젝트 매니저인 황찬연 미술평론가는 21일 “대학에서 그리는 건 배우지만 왜 그리는지, 예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주제를 정하고 세미나를 열었다.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을 창작하는 젊은 작가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흥동은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산호여인숙은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놀게 해주는 열린 플랫폼이죠. 대흥동으로 대변되는 대전의 옛 도심 문화가 더 큰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산호여인숙 송부영 대표의 바람이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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