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은 내년 4월11일~5월11일 완도항 해변공원과 장보고 유적지 일원에서 세계 최초로 해조류 박람회를 연다. 이 박람회는 ‘바닷속 인류의 미래, 해조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김·미역·다시마·톳 등 해조류의 생태와 기능을 보여주고, 산업적 활용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해조류는 바다가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로 꼽힌다. 해조류는 과거 쌀이 부족했던 가난한 시절 섬사람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식품이었다.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해조류는 무공해 청정식품, 미용식품으로 거듭나 갈수록 값이 높아지고 있다. 해조류는 색조 성분에 따라 깊은 물에 사는 김·우뭇가사리 등 홍조류, 중간층에 있는 다시마·미역·톳 등 갈조류, 얕은 물에서 보이는 파래 등 녹조류로 나뉜다. 해조류는 칼슘, 철분, 무기질이 풍부하고, 공해에 찌든 몸을 정화하는 능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김으로 명성을 쌓은 완도는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해조류의 보고이다. 완도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식단을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해조류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청정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조류의 쓰임을 기능식품, 의약·보건, 화장·미용, 대체에너지 분야까지 산업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원대한 전략도 만들었다. 이를 위해 해조류의 활용 가능성과 연구개발 성과, 시장 개척 전망 등을 보여주기로 했다.
박람회장인 완도항 일대에는 전시관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11월 말 완공될 주제관은 바닷속의 해조류를 보여주는 영상물과 해조류를 바이오 에너지로 활용하는 체험관으로 짜인다. 주제관은 지붕 위에 올라가면 청정한 완도 바다를 공중에 떠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됐다.
전시시설은 이밖에도 △생태관 △식품관 △산업관 △해양문화공간 △해조류 체험장 등으로 나뉘어 꾸며진다. 생태관에선 국내외 바닷속에서 서식하는 해조류의 탄생과 소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식품관은 친숙한 미역국 등 한국의 전통 먹을거리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해조류 요리를 두루 소개한다. 특히 녹지 않는 해조류 아이스크림과 밀가루를 넣지 않는 해초국수는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녹지 않는 해조류 아이스크림은 상온에서도 40분 동안 녹지 않고 열량도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낮은 다이어트 식품이어서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다. 밀가루를 일절 쓰지 않고 해조류만을 원료로 하는 해초국수를 비롯해, 김국·갯국·물회·비빔밥 등 다양한 음식도 바다의 맛과 향을 전해준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관에선 식품만이 아니라 종이·옷감·약품·화장품 등으로 진화하는 해조류의 미래상을 보여준다. 해양문화공간은 동북아 해양 실크로드와 해상무역 역사관, 장보고 해상무역상단 체험 등으로 짜인다. 해조류 체험장은 해조류과 어패류의 소규모 양식장을 만들어 어촌과 어로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박람회장에선 20개 나라, 60여개 기업의 부스에서 수출 상담이 이뤄지고, 국내외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국제해조류 학술회의, 생태수산도시 시장회의 등이 열린다. 완도군은 이런 행사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생산 유발 1307억원, 부가가치 536억원, 고용 유발 2182명 등의 개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도군은 한달 동안 관람객 70만명을 유치할 예정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입장권 예매율은 이미 31%를 넘어섰다. 입장권은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이고, 예매하면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허정수 박람회 사무국장은 “식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학교급식 지침을 통해 매끼 식사 때 반드시 해조류를 먹도록 하고 있다. 한국인의 식단에도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생명의 탯줄인 해조류에서 미래 인류의 활로를 찾아보겠다. 거센 물살 속에서도 튼튼히 뿌리를 내리는 해조류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완도군민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완도군은 9000여 어가가 2만3000㏊의 양식장에서 연간 김·다시마·미역·톳 등 해조류 37만4000t을 생산해 150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산지역이다.
완도/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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