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남 강진군 옴천면 영산리 농민들이 논 안의 갈대와 수초 사이를 더듬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토하를 잡고 있다. 강진군 제공
1급수 서식 토종민물새우잡이 한창
강진군, 특산품 지정…1년 소득 6억
강진군, 특산품 지정…1년 소득 6억
“추수가 끝날 무렵 토하들도 통통하게 살이 올라 어른 손톱만해지지요.”
전남 강진군 옴천면의 농민 김동신(65·영산리)씨가 25일 토하(土蝦)가 가득 들어 있는 다랑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달 초부터 길이 3~5㎝까지 다 자란 토하를 잡느라 동분서주해왔다. 인부들을 모아 논 안 갈대와 수초 사이에 뜰채를 휘저으면 싱싱한 연회색 토하들이 퍼덕대며 올라왔다. 올해는 하루 동안 작업을 하면 한 사람이 20㎏을 거뜬히 잡을 정도로 작황이 좋은 편이다. 이렇게 신명나게 시작된 토하잡이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잡힌 토하들은 갈무리를 거쳐 500g들이 한 통에 숙성토하젓은 5만원, 양념토하젓은 4만원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그는 98년부터 청정지역에서 토하를 기르는 대체농업을 시도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땐 시글시글했던 토하가 농약에 밀려 사라져버린 것이 아쉬웠다. 조금씩 환경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고는 토하에 인생을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논 6만여㎡에 토하를 길러 벼농사보다 4~5배 높은 소득을 올리는 성공을 거뒀다.
강진군은 91년부터 토하를 지역의 특산품으로 지정하고 유통과 양식을 지원하고 있다. 군내에 친환경농업지역이 넓어지면서 토하도 점차 늘어나 한해 생산량은 5t, 소득액은 6억원을 기록했다.
토하는 1급수에서만 자라는 토종 민물새우다. 홍어와 함께 남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특히 강진 옴천의 토하젓은 맛이 고소하고 향이 그윽해서 조선시대의 진상품이었다. 흙내음이 은은한 특유의 향기로 입맛을 돋우기 때문에 ‘밥도둑’으로도 불린다.
토하는 4~5월에 암컷 한 마리가 250~300개의 알을 낳고, 이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6~10월 탈피를 거듭하며 성장을 한다. 수온이 떨어지는 11월부터는 먹이활동을 중단한 채 월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해양산림과 이승일씨는 “농약의 기운만 있어도 자취를 감추고 마는 토하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완전한 자연식품”라며 “옴천·칠량 등지 산간에 한해 1㏊ 정도씩 서식지를 확대해 주민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