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 시민·지역단체, 국책사업 요구
“생태·관광·문화 아우른 명물 만들자”
“생태·관광·문화 아우른 명물 만들자”
영호남의 시민단체들이 철도복선화사업으로 생기는 경전선의 폐선 터를 남도순례길로 가꾸자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등 4개 단체는 27일 “영호남·동서 통합을 위한 남도순례길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 정부와 국회는 남도순례길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입법적·행정적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영호남은 개발독재세력의 분할 통치과 민주화세력의 내부 경쟁으로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게 파인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역사를 반성하며 내년 말까지 폐선되는 경전선 선로를 활용해 양 지역의 소통과 균형발전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앞서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추진위원회’(상임공동대표 허정도·강용재)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섬진강 일대에 동서통합지대를 조성한다는 공약을 한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국유지인 경전선 폐선 터에 생태와 관광, 문화가 어우러진 남도순례길을 만들자”고 국민대통합위원회에 청원했다.
이 청원에는 마산 폐선로푸른길가꾸기시민모임, 진주 와이엠시에이, 사천 환경운동연합, 광양 경전선푸른길운동본부, 순천 환경운동연합 등 영호남의 57개 환경·시민·사회·지역 단체들이 동참했다.
허정도 전 마산와이엠시에이 이사장은 “100년 넘게 남도인의 애환을 싣고 달렸던 경전선 300.6㎞ 중 순천~밀양(삼랑진) 168.9㎞의 폐선 터를 활용해 고질적인 동서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다지는 새로운 길을 내자”고 말했다.
위원회는 “순천~밀양 구간 중 순천·광양·진주·마산·진영 도심을 포함한 107.1㎞가 폐선되고, 34개 역사 가운데 9곳이 폐역되며, 8곳이 무인으로 운영되게 된다”며 “이 폐선 터를 광주의 푸른길,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산책로와 자전거길, 박물관과 미술관, 레일바이크 등이 설치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순례객들을 모으자”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일부 지자체가 따로따로 폐선 터 사업을 시행하면서 난개발과 예산 부족 등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이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국유지 매입비를 줄이고, 종합적인 개발 전략도 수립해 세계적인 명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경전선은 일제강점기에 쌀과 면화를 반출하기 위해 영호남 곡창지대를 지나도록 설치됐다. 구간 중 마산~삼랑진은 1905년, 송정~순천은 1922년, 진주~마산은 1923년, 순천~진주는 1968년에 개통됐다. 전철복선화 사업은 마산~삼랑진 40.6㎞가 2010년, 진주~마산 53.3㎞와 순천~광양 10.9㎞는 2012년에 완료됐다. 내년에는 광양~진주 51.5㎞가 개통되고, 송정~순천 113.0㎞는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한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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