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문구의 소설 <관촌수필>의 무대인 충남 보령시로 독서기행을 간 충남도 독서클럽 ‘채근담’ 회원들. 독서클럽 채근담 제공
여러 부서 직원들 모여 독서 토론
창의적 행정활동 위해 머리 맞대
창의적 행정활동 위해 머리 맞대
“책을 읽어야 행정도 잘합니다.”
충남도 환경정책과 한찬동(55) 계장은 ‘채근담’ 회장이다. 도청 직원들이 너나들이하듯 만든 ‘삼삼오오 독서클럽’의 하나다. 도청 독서클럽 9개 가운데 지난해 6월24일 가장 먼저 모임을 꾸린 채근담은 여러 부서에서 모인 직원 14명이 2주일에 한차례씩 모여 책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채근담은 평범한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지혜를 일깨워준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서는 생태적 관점에서 세상을 새롭게 보기를 권하는 <요람에서 요람으로>(윌리엄 맥도너)부터 소설 <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나눠 읽었다. 2주에 한권씩 치면 1년에 적어도 24권은 읽는 셈이다.
이들이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다. 유익한 다큐멘터리라든가 여행 경험도 서로 나눈다. 채근담 총무를 맡고 있는 강현직(32) 기획관리실 주무관은 5일 “예전에 서울 통인시장에 갔을 때 본 도시락 카페가 인상적이어서 충남에도 적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 주무관은 <3차 산업혁명>(제러미 리프킨)을 읽고는 화력발전소가 집중돼 있어 전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 수준인 충남도에 정책 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기도 했다고 한다.
채근담 회원들은 내년엔 책을 넘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발걸음을 뗄 참이다. 씨앗을 열쇳말 삼아 씨앗도서관과 씨앗문학제, 씨앗박물관 등을 구상하고 있다. 씨앗도서관은 도청 직원들의 도서실과 토론 공간이기도 하고, 제주 씨앗도서관을 본떠 토종 씨앗들을 보관하고 직원·농민들한테 나눠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행정이 태어나는 씨앗과 같은 곳이라는 뜻도 담겼다. 시집을 2권 펴낸 한 계장은 여유를 되찾고 정서를 순하게 다스리자는 취지에서 시화전과 시 낭송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 회원들은 장기적으로는 <신택리지>를 쓴 신정일씨의 제안을 받아 지역의 풍물·풍속을 아우른 박물관을 세우는 것까지 꿈꾸고 있다.
채근담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29일 도에서 연 ‘독서클럽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심사에 참여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 3명은 “주제 접근이 좋고 자유와 지정으로 나눠 효율적인 독서를 이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도의 지원을 받아 독서기행을 갈 수 있는 혜택까지 받았다. 한 계장은 “내년에는 앉아서 책만 읽는 게 아니라 현장에 직접 가서 배우고 도정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안희정 지사 취임 뒤 행정혁신 방안의 하나로 2011년 5월 독서대학을 만들었고 다달이 600명씩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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