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가지 합창단이 지난달 28일 대전 대덕구의 한 교회 강당에서 함선식 지휘자의 지도를 받으며 전체 연습을 하고 있다.
[충청·강원 쏙] 대전 지역아동센터 ‘너울가지 합창단’
대전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모인 너울가지 합창단이 있다. 어려운 여건 속 아이들 100명이 합창으로 만나 ‘희망’을 일구고, 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에게 감동과 에너지를 안긴다는데….
지역아동센터 8곳 초·중생 100명
3년전 결성…전국대회 입상 실력
합창 거부하던 아이들 마음열고
자신감·사회성 쌓으며 성장통 견뎌
후원받아 운영…곧 지원끊겨 걱정 ■ 너울가지 합창단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너울가지 합창단원 이새롱(10·초등3학년·이하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우리 합창단 짱 유명해요. 정기공연을 마치고 요즘은 초청공연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연습날입니다. 대전의 지역아동센터 8곳에 다니는 초·중학생 100명이 모였답니다. 지난해까지는 10곳에서 모였는데, 2곳 시설장님들이 편찮으셔서 8곳으로 줄었어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합창단이라고 소개하면 표정이 어색해지는 분들도 있던데요. 맞아요, 저희 대부분은 엄마나 아빠,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요.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그렇게들 불러요. 저는 할머니, 오빠하고 삽니다. 좀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학교 학예회 때 할머니가 오시거든요. 그래도 제가 노래를 잘해서 친구들이 부러워한답니다. “우리 새롱이가 제일 잘한다.” 할머니 칭찬을 들으면 힘이 납니다. 할머니는 제가 엄마를 빼닮았다고 말씀하세요. 전 엄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서 엄마에 대해 물어보면 할머니가 대답을 안 하셔요. 저도 처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건 아닙니다. 부를 곳도 없고, 누가 들어주지도 않았으니까요. 1학년 때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선생님이 “새롱아 노래해볼래?” 하셨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강영숙(46) 쌤이 부탁하신 거라 카라 언니들이 부른 ‘미스터’를 불렀죠.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언니와 오빠들이 다 같이 춤추고 합창했거든요. 그래서 센터에 있는 35명 중 16명이나 합창단원이 됐어요. 우리 센터가 합창단원이 제일 많아요. 평소 연습은 일주일에 두번씩 합창단 선생님들이 센터로 오셔서 가르쳐주세요. 지난 여름방학 때 전체 합창단원이 모여서 첫 연습을 했어요. 음악캠프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밥 먹고 잠 자는 시간 빼고는 노래만 한다는 거예요. 짜증났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모여서 첫 연습곡으로 ‘뭉게구름’을 합창하고는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어요. “우와~ 대박”, “우리가 부른 거 맞아?”, “끝내준다.” 정말 감동 먹었어요. “우리 지휘자 쌤 가수 김범수 닮았죠? 귀신이에요. 입만 벌리고 노래 안 하는 것도 금방 안다니까요.” ■ ‘꼬개’가 아니라 ‘고개’야… 지난달 28일 저녁 대전 대덕구 한 교회에서 너울가지 합창단이 전체 연습을 했다. 너울가지는 남들과 잘 사귀는 솜씨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아이들은 뛰고 떠들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모처럼 한 곳에 모인 기쁨을 만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체 연습 날은 합창단원 100명에 인솔 선생님들까지 140여명이 모이다 보니 늘 야단법석이다. “쉬~잇~.”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지휘자 함선식(38)씨가 보내는 집합 신호다. 휘파람 소리가 20여차례 반복된 뒤에야 모든 단원이 무대에 섰다. 한쪽은 모이느라, 다른 쪽은 부르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땅~.” 피아노의 첫 음이 울렸다. “아, 아, 아~.” 아이들이 차렷 자세로 서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리라앙~ 꼬오~개.” 예의 쉿 소리가 나자 반주도, 노래도 멈췄다. “열 명이 노래하냐? 소리가 왜 이래? 그리고 누가 꼬개라고 하랬어. 고개야 고개.” 다시 합창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고개 바로 뒤 ‘넘어간다’에서 다시 쉿 소리가 났다. “알토! ‘넘어간다’에서 ‘다’가 몇 박이라고? 5박자라니까. 알토가 끌고 가줘야 소프라노 애들이 들어오는데 중간에 끊기니까 노래가 엉키잖아. 다시.” 앞줄에 있던 막내둥이 경기(8·초1)가 짝다리를 짚고 딴짓하다 무대 아래로 방출됐다. “으흐흐 메롱~.” 약올리던 친구 주영이도 지휘자 쌤에게 걸렸다. 인솔자인 이명래(43) 선생님이 경기와 주영이를 감싸안았다. “아휴, 이 오합지졸들. 쌤 말씀 잘 들어야지.” “오합지졸이 뭐예요?” 합창보다 선생님 품이 더 좋은 아이들이 되물었다. 잠시 뒤 아이들은 무대로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합창이 어떤 의미일까 묻자, 이 선생님은 “희망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처음에 단원 절반가량은 합창단을 하지 않으려 했다. 간식이 맛있다고 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같은 노래를 무한 반복하는 연습 과정을 이겨내고 동요·민요·성가곡·가곡·대중가요 등 30여곡을 노래하는 진짜 합창단원이 됐다. 그사이 우울증을 앓아 높은 음을 내지 못하던 진영이(12·초6)는 하이소프라노 영역을 노래하며 성악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끔찍한 일을 겪고서 학교를 자퇴하고 세상과 담 쌓았던 혜진이(14)는 혼자서 기타를 배우러 다니더니 내년에는 복학하겠다고 약속했다. 목소리를 예쁘게 내고 싶다고 스스로 담배를 끊은 우희(14·중2)도 있다. 부모 없이 장애 동생을 돌보느라 “짜증나”를 달고 살던 만석이(12·초6)는 독창이 가능한 최고의 단원이 됐다. 과잉행동 주의력결핍(ADHD) 증세가 있는 재철이(9·초3)는 입단을 약속받자 열심히 치료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욕하고 싸우던 아이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다른 센터 아이들과 사귀면서 사회성도 좋아졌다. 나눔의지역아동센터 강영숙(46) 시설장은 “애들이 탈선하는 원인은 어른들에게 있다. 감수성 예민한 애들이 어른들의 잘못을 끌어안고 성장통을 겪는다. 아동센터가 애들에게 따뜻한 가정이라면, 합창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했다. 합창단이 동요 메들리를 불렀다. 율동하면서 노래하는데도 강약 조절이 수준급이다. 아이들은 ‘나무의 노래’, ‘초록별에 사는 친구들’, ‘놀라운 솜씨’를 신나게 불렀다. 너울가지 합창단은 창단 첫해부터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창단 3년 만인 올해에는 전국합창대회인 ‘푸른꿈 동요 합창’ 본선에 진출해 장려상을 받으며 탄탄한 실력을 뽐냈다. 지난달 30일 정기연주회에서는 현악기 전공자들로 꾸려진 스트링 디 아츠(String The Arts)와 협연해 두 차례나 커튼콜을 받기도 했다. ■ 너울가지가 준 선물 “당연히 어렵죠. 애들이 말이나 잘 듣나요? 더구나 100명이나 되는걸요.” 잠시 쉬는 시간, 함선식 지휘자는 큰 생수병을 반이나 비웠다. 반주하는 피아니스트 강은혜(29)씨, 율동 담당인 무용가 이지혜(28)씨, 트레이너를 맡은 성악가 김미경(28)씨 모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합창을 배우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행복하고,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라고 말했다. 너울가지 합창단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에게도 피로회복제 구실을 한다고 했다. “아동센터 일이 쉽진 않아요. 오랫동안 헌신하던 선생님들도 많이 떠나곤 합니다. 심신이 피곤할 때 노래를 들으면 힘이 생깁니다.” 삼성지역아동센터 이연화(38) 시설장이 자랑했다. 너울가지는 전국대회 첫 진출과 정기연주회를 성공리에 마친 여력을 몰아 내년 2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바보음악회’를 연다. 너울가지의 탄생은 2011년 합창단 대표인 황선업(55) 섬나의집 시설장의 제안에 지역아동센터들이 호응해 이뤄졌다. “돌보는 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87년에 공부방을 열었어요. 자신감도 없고, 집중력도 약한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교육을 해보자고 사물놀이팀 ‘씨알문화패’를 꾸렸는데 26년 동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어요. 그래서 합창단도 해보자고 했죠.” 노래 잘 부르는 아이보다는 노래하고 싶어하고, 했으면 하는 아이들을 선발했다. 단원이 된 아이들에겐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자 실력은 저절로 향상됐다. 황선업 너울가지 합창단 대표는 “삼성꿈장학재단이 창단부터 후원해줬는데, 재단 규정에 한 단체를 계속 지원할 수 없대요. 아이들이 노래를 이어갈 수 있게 너울가지 합창단을 격려해주세요.” 후원 문의 (042)622-3389.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3년전 결성…전국대회 입상 실력
합창 거부하던 아이들 마음열고
자신감·사회성 쌓으며 성장통 견뎌
후원받아 운영…곧 지원끊겨 걱정 ■ 너울가지 합창단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너울가지 합창단원 이새롱(10·초등3학년·이하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우리 합창단 짱 유명해요. 정기공연을 마치고 요즘은 초청공연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연습날입니다. 대전의 지역아동센터 8곳에 다니는 초·중학생 100명이 모였답니다. 지난해까지는 10곳에서 모였는데, 2곳 시설장님들이 편찮으셔서 8곳으로 줄었어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합창단이라고 소개하면 표정이 어색해지는 분들도 있던데요. 맞아요, 저희 대부분은 엄마나 아빠,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요.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그렇게들 불러요. 저는 할머니, 오빠하고 삽니다. 좀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학교 학예회 때 할머니가 오시거든요. 그래도 제가 노래를 잘해서 친구들이 부러워한답니다. “우리 새롱이가 제일 잘한다.” 할머니 칭찬을 들으면 힘이 납니다. 할머니는 제가 엄마를 빼닮았다고 말씀하세요. 전 엄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서 엄마에 대해 물어보면 할머니가 대답을 안 하셔요. 저도 처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건 아닙니다. 부를 곳도 없고, 누가 들어주지도 않았으니까요. 1학년 때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선생님이 “새롱아 노래해볼래?” 하셨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강영숙(46) 쌤이 부탁하신 거라 카라 언니들이 부른 ‘미스터’를 불렀죠.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언니와 오빠들이 다 같이 춤추고 합창했거든요. 그래서 센터에 있는 35명 중 16명이나 합창단원이 됐어요. 우리 센터가 합창단원이 제일 많아요. 평소 연습은 일주일에 두번씩 합창단 선생님들이 센터로 오셔서 가르쳐주세요. 지난 여름방학 때 전체 합창단원이 모여서 첫 연습을 했어요. 음악캠프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밥 먹고 잠 자는 시간 빼고는 노래만 한다는 거예요. 짜증났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모여서 첫 연습곡으로 ‘뭉게구름’을 합창하고는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어요. “우와~ 대박”, “우리가 부른 거 맞아?”, “끝내준다.” 정말 감동 먹었어요. “우리 지휘자 쌤 가수 김범수 닮았죠? 귀신이에요. 입만 벌리고 노래 안 하는 것도 금방 안다니까요.” ■ ‘꼬개’가 아니라 ‘고개’야… 지난달 28일 저녁 대전 대덕구 한 교회에서 너울가지 합창단이 전체 연습을 했다. 너울가지는 남들과 잘 사귀는 솜씨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아이들은 뛰고 떠들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모처럼 한 곳에 모인 기쁨을 만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체 연습 날은 합창단원 100명에 인솔 선생님들까지 140여명이 모이다 보니 늘 야단법석이다. “쉬~잇~.”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지휘자 함선식(38)씨가 보내는 집합 신호다. 휘파람 소리가 20여차례 반복된 뒤에야 모든 단원이 무대에 섰다. 한쪽은 모이느라, 다른 쪽은 부르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땅~.” 피아노의 첫 음이 울렸다. “아, 아, 아~.” 아이들이 차렷 자세로 서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리라앙~ 꼬오~개.” 예의 쉿 소리가 나자 반주도, 노래도 멈췄다. “열 명이 노래하냐? 소리가 왜 이래? 그리고 누가 꼬개라고 하랬어. 고개야 고개.” 다시 합창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고개 바로 뒤 ‘넘어간다’에서 다시 쉿 소리가 났다. “알토! ‘넘어간다’에서 ‘다’가 몇 박이라고? 5박자라니까. 알토가 끌고 가줘야 소프라노 애들이 들어오는데 중간에 끊기니까 노래가 엉키잖아. 다시.” 앞줄에 있던 막내둥이 경기(8·초1)가 짝다리를 짚고 딴짓하다 무대 아래로 방출됐다. “으흐흐 메롱~.” 약올리던 친구 주영이도 지휘자 쌤에게 걸렸다. 인솔자인 이명래(43) 선생님이 경기와 주영이를 감싸안았다. “아휴, 이 오합지졸들. 쌤 말씀 잘 들어야지.” “오합지졸이 뭐예요?” 합창보다 선생님 품이 더 좋은 아이들이 되물었다. 잠시 뒤 아이들은 무대로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합창이 어떤 의미일까 묻자, 이 선생님은 “희망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처음에 단원 절반가량은 합창단을 하지 않으려 했다. 간식이 맛있다고 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같은 노래를 무한 반복하는 연습 과정을 이겨내고 동요·민요·성가곡·가곡·대중가요 등 30여곡을 노래하는 진짜 합창단원이 됐다. 그사이 우울증을 앓아 높은 음을 내지 못하던 진영이(12·초6)는 하이소프라노 영역을 노래하며 성악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끔찍한 일을 겪고서 학교를 자퇴하고 세상과 담 쌓았던 혜진이(14)는 혼자서 기타를 배우러 다니더니 내년에는 복학하겠다고 약속했다. 목소리를 예쁘게 내고 싶다고 스스로 담배를 끊은 우희(14·중2)도 있다. 부모 없이 장애 동생을 돌보느라 “짜증나”를 달고 살던 만석이(12·초6)는 독창이 가능한 최고의 단원이 됐다. 과잉행동 주의력결핍(ADHD) 증세가 있는 재철이(9·초3)는 입단을 약속받자 열심히 치료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욕하고 싸우던 아이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다른 센터 아이들과 사귀면서 사회성도 좋아졌다. 나눔의지역아동센터 강영숙(46) 시설장은 “애들이 탈선하는 원인은 어른들에게 있다. 감수성 예민한 애들이 어른들의 잘못을 끌어안고 성장통을 겪는다. 아동센터가 애들에게 따뜻한 가정이라면, 합창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했다. 합창단이 동요 메들리를 불렀다. 율동하면서 노래하는데도 강약 조절이 수준급이다. 아이들은 ‘나무의 노래’, ‘초록별에 사는 친구들’, ‘놀라운 솜씨’를 신나게 불렀다. 너울가지 합창단은 창단 첫해부터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창단 3년 만인 올해에는 전국합창대회인 ‘푸른꿈 동요 합창’ 본선에 진출해 장려상을 받으며 탄탄한 실력을 뽐냈다. 지난달 30일 정기연주회에서는 현악기 전공자들로 꾸려진 스트링 디 아츠(String The Arts)와 협연해 두 차례나 커튼콜을 받기도 했다. ■ 너울가지가 준 선물 “당연히 어렵죠. 애들이 말이나 잘 듣나요? 더구나 100명이나 되는걸요.” 잠시 쉬는 시간, 함선식 지휘자는 큰 생수병을 반이나 비웠다. 반주하는 피아니스트 강은혜(29)씨, 율동 담당인 무용가 이지혜(28)씨, 트레이너를 맡은 성악가 김미경(28)씨 모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합창을 배우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행복하고,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라고 말했다. 너울가지 합창단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에게도 피로회복제 구실을 한다고 했다. “아동센터 일이 쉽진 않아요. 오랫동안 헌신하던 선생님들도 많이 떠나곤 합니다. 심신이 피곤할 때 노래를 들으면 힘이 생깁니다.” 삼성지역아동센터 이연화(38) 시설장이 자랑했다. 너울가지는 전국대회 첫 진출과 정기연주회를 성공리에 마친 여력을 몰아 내년 2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바보음악회’를 연다. 너울가지의 탄생은 2011년 합창단 대표인 황선업(55) 섬나의집 시설장의 제안에 지역아동센터들이 호응해 이뤄졌다. “돌보는 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87년에 공부방을 열었어요. 자신감도 없고, 집중력도 약한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교육을 해보자고 사물놀이팀 ‘씨알문화패’를 꾸렸는데 26년 동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어요. 그래서 합창단도 해보자고 했죠.” 노래 잘 부르는 아이보다는 노래하고 싶어하고, 했으면 하는 아이들을 선발했다. 단원이 된 아이들에겐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자 실력은 저절로 향상됐다. 황선업 너울가지 합창단 대표는 “삼성꿈장학재단이 창단부터 후원해줬는데, 재단 규정에 한 단체를 계속 지원할 수 없대요. 아이들이 노래를 이어갈 수 있게 너울가지 합창단을 격려해주세요.” 후원 문의 (042)622-3389.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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