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들이 16일 10년 동안 지방세 8000여만원을 내지 않고 버텨온 체납자의 실제 거주지에서 귀금속과 골프채 등 동산 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고액·상습체납자 현장조사
정부,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 공개
전두환 포함…작년보다 4503억 늘어
정부,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 공개
전두환 포함…작년보다 4503억 늘어
아직 동트지 않은 16일 아침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 4명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에 도착했다. 안전행정부가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 1만4500명의 명단을 공개한 이날 조사관들은 10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 주상복합건물은 2003년 주식 양도에 따른 주민세 8000여만원을 체납하고 있는 ㅎ씨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ㅎ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임야다. 조사관들은 ㅎ씨가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가짜로 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전격 방문조사에 나선 것이다. 사전 재산조사 결과, ㅎ씨의 가족들은 187.65㎡ 규모 주상복합에서 거주하고 ㅎ씨 부인 명의로 외제차 2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상복합건물 주차장에 들어선 조사관들은 ㅎ씨 부인 명의의 외제 승용차부터 찾았다. 주차장을 10여분 살핀 끝에 차량을 발견한 조사관들은 “찾았다”며 탄성을 질렀다.
다음 절차는 ㅎ씨가 주민등록과 다르게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보안시스템을 헤치고 다가간 ㅎ씨 집 문 앞에서 조사관들은 숨죽인 채 잠복했다. 조사관들은 30여분 뒤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ㅎ씨의 아들은 깜짝 놀랐지만 “아빠는 집에 안 계셔요”라고 말했다. ㅎ씨 부인도 “남편은 이곳에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방세기본법 제91~93조에 따른 재산압류와 지방세기본법 제136조에 따른 질문과 검사, 수색을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조사가 진행된 1분여 뒤 ㅎ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밀린 세금을 내려고 검토하고 있었다”며 분납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조사관들은 그의 말에 개의치 않고 금고에서 꺼낸 보석과 골프채, 텔레비전 등에 압류 딱지를 붙이고 압류물품 목록을 작성하며 ㅎ씨를 압박했다. 30여분 가까이 세무사, 변호사 등과 상담을 마친 ㅎ씨가 마침내 세금을 낼 뜻을 밝혔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현장조사에 10년 가까이 버텨온 ㅎ씨가 두 손을 든 순간이었다. ㅎ씨는 이날 5000만원을 납부했고 “내일까지 나머지 체납액도 모두 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조사를 이끈 안승만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은 “전직 대통령 등 여론주도층 인사들이 세금을 안 내면서 세금 체납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체납이 발붙일 수 없도록 반드시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안전행정부는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포함해 3000만원 이상을 2년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 1만4500명을 전국 시·도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 지방세 4600만원을 2년 이상 체납해온 전 전 대통령은 서울시가 여러 통로를 통해 납부를 독촉했으나 공개 전까지 납부하지 않아 명단 공개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기존 공개 대상자 가운데 조동만(전 한솔그룹 부회장), 나승렬(전 거평그룹 회장), 최순영(전 신동아그룹 회장), 정태수(전 한보그룹 회장), 주수도(전 제이유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비롯해 전직 고위 공무원, 변호사, 목사, 의사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명단 공개 대상자의 체납액은 지난해보다 4503억원(26.6%)이 늘어난 2조1397억원으로 집계됐다.
글·사진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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