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격거리’
[사람과 풍경] 옛 충남도청 앞 ‘착한가격거리’
대전 원도심 활성화 노력
착한식당 20곳 오늘 선포식
대전 원도심 활성화 노력
착한식당 20곳 오늘 선포식
대전시 중구 은행·선화동 옛 충남도청 앞은 대전의 대표적 원도심이다.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에서 동 이름을 따왔으며, 1932년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까지 이전해오면서 60여년 동안 대전의 행정, 문화, 교통의 중심이었다. 시청·국세청·검찰·법원 등까지 행정타운을 이루자 이름난 식당, 상가 거리가 형성됐다.
옛 명성을 지키는 이들 식당을 중심으로 선화동이 추억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옛 충남도청 앞 골목길 초입에는 ‘고려회관’이 자리잡고 있다. 홍순예(60)씨가 30여년 전 오미백반집으로 문을 열었다. 1만원짜리 돌솥밥을 주문하면 덤으로 나오는 부들부들한 수육과 큼지막한 생선구이를 즐기는 은퇴 공무원들이 단골이다. 홍씨는 “지난해 도청이 이사가면서 같이 내포로 가자는 권유가 많았지만, 단골손님들과 추억을 나누는 게 좋아 안 갔다”고 말했다.
골목엔 ‘희락반점’이 있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장수희(84)·술무(56)씨 부자가 대를 이어 영업하는 정통 중국음식점이다. 선화동을 추억하는 단골들이 주빈이다. 세월이 묻어나는 탁자와 중국풍 인테리어, 자장 볶는 냄새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자장면 한 그릇에 3500원이다. “맛있고, 값은 싸지유.” 지배인 임대민(52)씨의 말이다.
희락반점을 지나 중앙로 이면도로 골목으로 접어들면 ‘두루치기’의 원조 ‘광천식당’이 있다. 한때 이 주변은 두루치기 음식점 천지였다. 상권이 약화되면서 하나둘 떠났지만 광천식당의 인기는 여전하다. 광천식당은 강정수(72)씨 부부가 38년 전 개업했다.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매콤하게 비벼 먹는 두루치기는 두부와 오징어 2종류가 있다. 한 접시가 2~3인용인데 국수를 비벼 먹으면 3명이 1만3000원 안팎에 한끼를 해결한다. 수육과 칼국수도 별미다. 이 식당의 뒷방은 80년대 토론하며 밤새는 대학생들이 끊이지 않았다. 강씨 부부가 학생들에게 식당 열쇠를 맡기고 퇴근할 정도로 지역 대학생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지금은 맛집을 찾는 20대들이 많다.
대전시는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이곳 식당 가운데 전통과 맛, 값 등을 평가해 고려회관 등 20곳을 착한 식당으로 정하고, 20일 선화동 착한가격거리(사진) 선포식을 연다. 식당 앞에는 상징물을 설치하고, 식당의 역사와 어울리는 간판 제작도 지원하는 한편 선화동 오솔길도 조성할 방침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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