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미술관 탐사
2월9일까지 시민참여형 기획전
산호여인숙 등 4개 그룹과 연계
파자마토크·세미나 등 행사
산호여인숙 등 4개 그룹과 연계
파자마토크·세미나 등 행사
“우와. 푸른 글씨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지난 13일 눈 내리는 깊은 밤, 도심에서 비켜선 작은 미술관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그림에 손전등을 비췄다.
어둠 속에서 그림은 선명한 푸른빛으로 되살아났다. 고암 이응노(1904~1989)의 문자 추상 작품이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관람객 10명은 불꺼진 미술관 탐사에 이어 3전시실에 설치된 각자의 침대에 걸터앉아 이응노의 예술과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인생그래프를 만들었다. 파자마 토크도 즐겼다.
이들은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조용한 행동주의’ 기획전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산호여인숙 숙박 행사’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미술관의 조혜령 학예팀장, 곽영진 학예사, 송부영 산호여인숙 대표, 서은덕 매니저와 함께 평생 잊지 못할 미술관에서의 하룻밤을 체험했다.
이 미술관이 이 기획전을 연 것은 미술의 영역은 끝이 없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경험하는 기회를 주고, 참여가 곧 작품이 된다는 의미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다. 즉 작가의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게 아니고, 미술관이라는 예술 공간에서 실험적인 활동을 하는 모든 행위를 작품으로 봤다.
연계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산호여인숙, 대전아트시네마, 월간 토마토, 카페 비돌 등 4개의 문화예술 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개성에 따라 자신들의 일상과 특징을 보여주는 관람객 행사를 이응노미술관에서 진행한다. 산호여인숙은 창작예술 공간과 숙박이라는 특징을 살려 ‘미술관에서의 하룻밤’을 기획했다. 산호여인숙은 새해 1월4일과 1월25일, 두차례 더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행사를 연다. ‘좀비는 왜 걷기를 멈추지 않는가’ 같은 무서운 이야깃거리도 준비돼 있다.
새해 1월15일 오후에는 대전아트시네마의 세미나 ‘영화 문화의 공공성 및 협동조합의 역사’가 미술관 로비에서 열린다. 강민구 마을극장 봄 이사와 김성훈 민들레의료생협 부이사장 등이 ‘자본주의 안의 협동조합, 생산·유통·소비의 대안적인 접근’ 등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월간 토마토가 주최한 북 콘서트가 열려 책 전시와 강의, 어쿠스틱 밴드 공연 등이 펼쳐졌다. 이 기획전은 2월9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목요일 저녁 8~9시에 미술관을 찾으면 커피와 쿠키, 관람이 모두 무료다. 전문 학예사가 ‘이응노 톡(Talk)’을 진행한다. 10명 이상이 예약하면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에도 해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이 기획전이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구실을 해, 미술관이 누구나 즐겨 찾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 문의 (042)611-9805.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이응노미술관 제공
파자마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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