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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국가폭력 치유센터, 상설기구 된다

등록 2014-01-01 21:39

‘한시기구’ 광주 트라우마센터
올 정부예산에 30억원 반영돼
시, 별도법인으로 설립 나서
“독립시설로는 아시아서 처음”
“용기를 내어 말해줘서, 귀 기울여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박천만(54)씨는 지난해 11월 아내(56)에게 처음으로 “남편 노릇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광주트라우마센터가 5·18 피해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여는 ‘마이데이’ 프로그램에서다. 제과점에서 일했던 박씨는 만삭의 아내 몰래 집을 나가 총을 들었고, 계엄군의 진압을 앞둔 80년 5월26일 밤 죽음을 선택했다가 살아났다. 군부대 영창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박씨는 ‘혼자만 살아났다’는 괴로움에 자살도 시도했다. 날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던 그는 32년여 만에야 가족들에게 내면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고맙고, 불쌍해요”라며 눈물을 흘렸고, 대학생 딸도 “말 안 해도 알고 있었어요. 괜찮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2012년 10월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서 문을 연 뒤 박씨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마이데이처럼 주인공 1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함께 치유 경험을 하거나, 피해자들이 집단상담을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꿈작업 상담, 원예·미술·사진·몸동작 등 예술치료, 물리치료 등에 5·18 피해자 및 가족 200여명이 1774차례 참여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애초 2015년 6월까지만 운영하는 한시 기구라는 한계를 지닌 채 출범했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중독, 트라우마, 우울증 등을 시·도별로 통합해 다루는 체계를 구축하려고 광주에서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센터, 트라우마센터 등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출범 1년 남짓 만에 광주트라우마센터를 독립적이고 안정된 센터로 운영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고문 피해를 겪고서 14년 동안 복역한 ‘세계 최연소 장기수’ 강용주(52·가정의학과 의사)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국가폭력 및 고문 피해자들에겐 안정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치료 환경이 필요하다”며 호소하고 나섰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시유지 등 터를 60억원을 들여 마련하기로 약속했고, 1일 새벽 국회에서 통과된 올해 정부 예산안에 광주트라우마센터 건립비 60억원 가운데 안전행정부의 보건시설 확충비로 30억원이 반영됐다. 임내현 민주당 의원(광주 북을) 쪽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복합적인 후유증을 남기므로 피해자들에게 밀착된 치료를 해야 한다”며 예산 확보를 뒷받침했다.

이로써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독립된 ‘국가폭력 및 고문 피해자 치유센터’로 거듭나는 길이 열리게 됐다. 광주시는 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방안의 연구 용역을 맡겼고, 상무지구 5·18자유공원 등 센터를 건립할 터를 물색하고 나섰다.

강용주 센터장은 “아시아 저개발국에도 트라우마 치유단체가 있지만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시설로는 광주센터가 아시아에서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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