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도 근처 영산도 주민 황송금씨(왼쪽)가 바다 수면에 물고기 삼세기가 올라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안문화원 제공
전남 영산도 ‘명품 섬마을…’ 내
10대에서 80대 할머니까지
풍요로운 자연·풍경 그리고
골목과 포구 그림지도 완성
화가와 사진가·교수 힘보태
10대에서 80대 할머니까지
풍요로운 자연·풍경 그리고
골목과 포구 그림지도 완성
화가와 사진가·교수 힘보태
“섬마을 그림지도를 그린다고 하자 처음에는 주민들이 죽어도 못한다고 그래요. 그러더니 다섯차례 시도한 끝에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지도를 만들었지요. 화가의 칭찬을 듣고는 주민들 어깨가 으쓱해집디다.”
서해 먼바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영산도의 이장 최성광(47)씨가 16일,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바다와 섬을 알리는 화보집을 펴내며 겪은 추억을 떠올렸다. 지난 한 해 동안 섬 안팎의 생활과 풍경을 담은 100쪽짜리 <영산도, 명품 섬마을 사람들의 그림 이야기>가 그것이다.
박금례(80) 할머니부터 섬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 최바다(11·흑산초교 영산도분교 4학년)군까지 주민 25명이 참여했다. 10대에서 80대까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면 모두 동참하고, 초등학교·치안센터·보건지소·발전시설 등에서 일하는 외지 출신 사람들도 힘을 보탰다. 영산도의 풍요로운 자연, 고즈넉한 풍경, 토속적인 정취, 때묻지 않은 사람, 고단한 미역 작업 등이 알록달록 그림과 글, 사진과 표로 새겨졌다.
영산도는 목포에서 흑산도까지 쾌속선으로 2시간을 간 뒤 다시 도선을 타고 10분을 가야 하는 낙도다. 2012년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 치유여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22가구 40여명이 사는 단출한 마을에 탐방객이 2012년 150명에서 지난해 3000명으로 1년 새 20배 늘었다. 석주대문과 비성석굴 등 8경이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다.
화보집에선 특히 주민들이 깃대봉, 고래여, 액기미, 우데미, 알데미 등 친숙한 지형을 그려넣은 ‘영산도 그림지도’가 명품으로 꼽힌다. 붓은커녕 연필조차 잡아본 적이 없는 할머니들이 한국화가 정태관 화백의 가르침을 받아가며 골목과 집, 바위와 산, 포구와 여 등을 새겨넣었다.
황송금(66)씨는 물고기 삼세기를 그린 그림을 두고 “삼식이(삼세기의 사투리)가 물 위에 가만히 엎져 있어라. 알 낳을 때 그물에 양신(많이) 걸려 올라오라고 그랬어라”라고 말했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최바다군은 “영산도는 해삼이고 멍게고 성게고 다 자연산”이라고 자랑했다. 장정임(76) 할머니는 “돈 많이 벌어서 섬이 가라앉겄소”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박금례 할머니는 “미역은 따는 것보다 너는 것이 더 힘들어. 늙은 사람이 하니, 자식들한테도 공으로는(공짜로는) 안 줘”라며 어려운 일상을 전했다. 총각 교사 정상호(31)씨는 “학교 밖에선 아무것도 몰라요. 바다가 선생입니다”라며 방과후 자연생태 교육이 이뤄지는 영산도를 예찬했다.
문화나눔을 위해 섬을 찾았던 정 화백은 영산도 수묵화로, 이문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천연 식재료 활용 제언으로, 김수관 군산대 교수는 사진으로 화보집에 우정출연을 했다.
김경완(45) 신안문화원 사무국장도 “60대 이상이 80%를 차지하는 섬에서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100년 이상 된 박물관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발간을 도왔다”고 말했다.
신안/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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