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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 해고 비정규직, 목메인 “원직복직”

등록 2014-01-21 20:25수정 2014-01-21 21:22

21일 낮 대전시 연축동 한국수자원공사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조원 10명은 이날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21일 낮 대전시 연축동 한국수자원공사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조원 10명은 이날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새 용역업체, 10명 해고…9명 노조원
노조 “고용승계 지침 지켜라” 단식
수공 “법무법인이 판단” 대화 거부
21일 낮 12시30분, 대전 대덕구 연축동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정문 앞 눈 쌓인 인도에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동료가 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국수자원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깎은 머리를 손으로 쓱쓱 문지른 이상진(42)씨는 ‘투쟁’ 머리띠를 동여맨 뒤 구호를 선창했다. “고용승계한다더니 무더기 해고가 웬 이냐. 수자원공사는 원직 복직 책임져라.” 그를 따르던 구호는 끝을 맺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졌다. 가슴에서 올라온 해고의 설움이 울음으로 변해 구호를 목에서 막아 버린 것다. 울음은 곳곳으로 번졌다. 이씨는 고용승계됐지만 해고된 동료들에게 힘을 주려고 삭발 투쟁에 동참했다.

수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0여명. 최근 용역회사가 바뀌면서 시설관리, 청소 부문에서 10명이 해고됐다. 이 가운데 김명수 노조지부장 등 9명이 노조원이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승계’ 지침을 근거삼아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으나, 수공 쪽은 “법무법인에 판단을 맡겼다”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가 만들어진 지 5년째입니다. 휴게실과 샤워실도 만들어져 근로 여건이 좋아지나 싶었는데 해고라니오.”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9~20년을 일했고, 용역업체가 바뀌었어도 수공과 용역업체의 계약서에 고용승계를 하도록 돼 있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 용역업체인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와 ㈜두레비즈는 지난달 31일 간단한 면담을 한 뒤 10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자 이석환(가명·47)씨는 얼마 전 수술받은 어머니 병환이 악화될 것 같아 해고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했다. “실수령액이 165만원입니다. 어머니 수술비 대부분을 형이 마련했어요. 아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생활했는데 당장 이번달부터 무슨 돈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는 아르바이트나 공사장 일이라도 하려고 알아봤는데 경력이 없고, 나이가 많아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같이 해고된 김미순(가명·55)씨는 지난달 건강 검진에서 간경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받지 못하고 농성장에 나온다.

수공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10명은 이날 정문 옆에 비닐로 농성장을 만들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하던 대로 청소하고 관리하며 먹고살게 해달라는 게 죄인가요? 사람 대접 못 받으니 살고 싶지도 않아요.” 쫓겨난 노동자들이 눈밭에서 절규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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