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거짓말을 한다며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뒤 한 달 이상 주검과 같이 지낸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10대 여자친구의 명치 등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한아무개(20·무직)씨를 22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한씨는 경기 의정부시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주아무개(17)양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추궁하는 과정에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구명 포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주검의 부패 정도와 연락이 끊어진 시기 등으로 보아 지난해 12월10~12일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범행 날짜와 범행동기 등은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해 9월 친구 소개로 고등학교를 막 자퇴했던 주양을 알게 돼 만나기 시작했다.
숨진 주양은 침대 옆에 눕혀져 담요를 깔고 이불을 덮은 채로 발견됐으며, 한씨는 주양이 숨지고 주검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함께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가끔 피시방이나 편의점에 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 달 이상 숨어지냈다.
한씨는 “렌터카를 빌려 주검을 처리한 뒤 약을 먹고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신고도 접수되지 않아 미궁에 빠질 뻔한 이 살인사건은 ‘몸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는 친구의 말을 흘려듣지 않은 경찰의 추적 끝에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은 이달 초 한씨를 만난 친구 김아무개씨가 ‘한씨의 몸에서 생선 썩은 것 같은 냄새가 났다’며 다른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 단서가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씨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지난 8일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듣고 범죄 의심이 생겨 수사에 들어갔다.
연락처와 거주지를 추적한 끝에 지난 22일 한씨가 사는 오피스텔을 찾아 잠복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한씨를 만났다. 경찰은 한씨의 집 문 앞에서 강한 악취가 나는 것에 범행을 확신하고 한씨를 설득해 2시간 만에 범행을 자백받았다.
포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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