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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편견의 벽 깨고 일자리 내민 ‘7번방의 선물’

등록 2014-01-26 20:35수정 2014-01-27 15:36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하남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 ㈜명성에서 남편 전상돈 대표의 일을 돕는 김명오(오른쪽)씨가 활짝 웃으며 직원 윤아무개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2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2012년 명성에 취업한 윤씨는 김씨를 ‘엄마’라 부른다. 최성욱 다큐감독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하남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 ㈜명성에서 남편 전상돈 대표의 일을 돕는 김명오(오른쪽)씨가 활짝 웃으며 직원 윤아무개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2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2012년 명성에 취업한 윤씨는 김씨를 ‘엄마’라 부른다. 최성욱 다큐감독
[현장 쏙] 출소자 고용하는 중소업체 부부
매년 평균 14만명 이상이 교도소 밖으로 나온다. 출소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가족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딪히는 것은 이웃의 차가운 시선과 재범의 유혹이다. 2년 전부터 출소자 5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가족처럼 돌봐주는 전상돈·김명오씨 부부를 만났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부부였다.

광주교도소, 60여개사와 손잡고
2011년부터 출소자 일자리 알선

부품업체 사장 전상돈씨 부부
5명 고용해 자식처럼 보살펴
“조금씩 변하는 모습 보면 뿌듯”

“잠은 잘 자니? 이발도 멋지게 했네.”

지난 23일 오후 전남 순천교도소 면회실에서 김명오(53)씨가 물었다. 창살 안쪽에서 수의 차림의 이아무개(33)씨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예” 하고 대답했다. 이씨 수의 오른쪽에 붙은 ‘한식조리’ 표찰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2년6개월형이 확정된 그는 5월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김씨는 설을 앞두고 꼭 한번 이씨 면회를 하고 싶었다. 김씨가 “왜 편지도 안 했어?”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씨는 “속 썩였으니까…”라고 말을 흐린 뒤 “마음 잡을 때까지 편지를 쓰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도 성경 쓴 것 모아서 드리려고 많이 쓰고 있어요. ‘시편’까지 썼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사장님이랑 다들 잘 계시지요?”라고 물었다. 동행한 김형오(49) 목사가 “한식조리사 시험 잘 준비하라”고 이씨를 격려했다.

이씨는 14살 때부터 10번도 넘게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이런 이씨를 따뜻하게 받아준 사람이 김씨와 그의 남편 전상돈(54)씨였다. 전씨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에서 가전제품 부품을 조립하는 중소기업 ㈜명성의 대표이사이다. 전씨 부부가 이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3월이었다. 전씨는 “광주교도소의 출소자 취업 제안을 받았는데 출소자들이 저지른 범죄 항목을 보고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사무실에 나와 일을 돕던 아내 김씨가 적극적이었다. 수십년 동안 교회에 다니며 신앙의 힘을 키워온 김씨는 고아원 출신 청소년을 돕는 데 관심을 갖고 있던 차였다. 오수동(49) 광주교도소 취업지원전담반 팀장은 출소 한달을 앞둔 이씨를 데리고 공장을 찾아와 전씨를 설득했다.

회사 사무실에서 전씨 부부가 윤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최성욱 다큐감독
회사 사무실에서 전씨 부부가 윤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최성욱 다큐감독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진 이씨는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12살 때부터 ‘일’을 배웠다. 고아원을 나와 고아원 출신 형들과 지내면서 맞지 않기 위해 소매치기가 됐다. “소년원에서 6개월가량 살고 나오면 형들이 소년원 정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차에 태워서 형들 집에 데려갔죠. 나쁜 짓을 또 가르쳐주고 안 하면 저를 심하게 때렸습니다.” 이씨가 2013년 9월에 김씨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20살 때 봉제공으로 일하다가 “큰 것 한방 하자”는 친구의 꾐에 솔깃해 절도행각을 벌인 뒤 교도소로 갔다. 그 뒤 사회에 잠깐 나왔다가 다시 교도소로 가기를 되풀이했다. 전과 14범인 그는 전씨 부부가 운영하는 공장에 취업했다. 그에겐 제대로 된 첫 직장이었다. 이씨는 전씨 부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언젠가 이씨가 저한테 ‘엄마라고 부르면 안 돼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래라’고 했어요.”

김씨는 “나를 엄마라고 부른 뒤부터 마음을 터놓았다. 이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엄마’를 자신의 단골 튀김집에 모시고 가 주인에게 ‘우리 어머니’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전남 영광의 고아원도 함께 찾았다.

2012년 8개월 동안 명성에서 일했던 출소자 이아무개씨가 재수감된 뒤 지난해 9월 김씨에게 보내온 편지. 최성욱 다큐감독
2012년 8개월 동안 명성에서 일했던 출소자 이아무개씨가 재수감된 뒤 지난해 9월 김씨에게 보내온 편지. 최성욱 다큐감독

하지만 전씨 부부는 이씨가 취업한 뒤 8개월 동안은 애를 많이 태웠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쉼터에서 지내면서 공장으로 출퇴근하던 이씨는 남의 차를 몰래 몰다 붙잡혀 징역 10개월형을 받았다. 전씨 부부가 합의금을 지원해주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 6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나왔지만 두달이 채 못 돼 재범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너무 한심해 화장실에 들어가서 울었습니다.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제발 버리지 마십시오.’ 이씨는 김씨에게 편지를 통해 “이젠 희망으로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나와 명성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5명이다. 1년 이상 근속자가 4명이다. 1명은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이들은 사출기로 세탁기와 자동차의 부품이 생산되면 옮기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광주교도소는 2011년부터 60여곳 업체와 손을 잡고 출소자들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공동으로 취업 알선, 신용회복 컨설팅, 숙식 제공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수동 팀장은 “출소한 뒤 전과 사실을 숨기고 취업했다가 뒤늦게 알려지면 업체 쪽에서 큰 상처를 받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하고 취업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며 “구인 전단지를 보고 찾아가 출소자 취업을 부탁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점차 많은 업체 대표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가 윤씨의 손을 꼭 잡고 격려하고 있다. “엄마, 실망시키면 안 돼…!” 최성욱 다큐감독
김씨가 윤씨의 손을 꼭 잡고 격려하고 있다. “엄마, 실망시키면 안 돼…!” 최성욱 다큐감독

명성에서 일하는 윤아무개(31)씨도 고아원에서 자랐다. 광주의 옛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버려진 아이를 우연히 보고 거둬 키운 양아버지한테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출생의 비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전남 나주에서 배농사 소작을 하던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친아버지를 만나 여동생과 살았던 두달간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다.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란 친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아 양아버지에게 다시 갔던 그는 양어머니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출했다. 지하상가에서 패거리를 만나 구걸을 했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수녀원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입소해 가까스로 실업계 고교를 마쳤다.

한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중범죄를 저질렀던 그는 2년 동안 광주교도소에서 보냈다. 윤씨는 2012년 명성에 취업한 뒤 따로 원룸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다달이 나오는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적금을 들고 내 집을 마련하려고 청약저축도 들었다. 통장은 ‘엄마’ 김씨에게 맡겼다. 윤씨는 “친아버지와 양아버지 모두 돌아가셨다. 키워주신 아버지께 고맙고 항상 죄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아들 둘을 새로 얻은 거야. 엄마를 실망시키면 안 돼. 알았지?” 김씨는 이날 이씨를 면회하는 길에 동행했던 윤씨의 손을 꼭 잡으며 다짐받듯 물었다. 김씨는 “출소자들 중 상당수가 결손가정 출신이어서 감정 조절이 서툴다.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기다린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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