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유출 사고 사흘째인 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 부두에서 주민들과 공무원·군인 등 600여명이 기름띠를 닦아내느라 바삐 손을 놀리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현장 l ‘여수 신덕마을’ 또 원유 피해
싱가포르 유조선, 부두 충돌로 유출
한려수도 앞바다까지 기름띠 번져
“갯벌에 재앙 몰고와” 2차 피해 우려
방제 작업 나선 사람들 두통 호소도
해경 “70% 방제”…사고 경위 수사중
싱가포르 유조선, 부두 충돌로 유출
한려수도 앞바다까지 기름띠 번져
“갯벌에 재앙 몰고와” 2차 피해 우려
방제 작업 나선 사람들 두통 호소도
해경 “70% 방제”…사고 경위 수사중
“20년 전 악몽이 자꾸만 떠올라요.”
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 선창에서 만난 주민 김분연(50)씨는 새까만 부직포가 산더미처럼 쌓인 곳 앞에서 “아직도 기름덩어리가 곳곳에 남아 있어요.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네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 갯닦이를 나갔다가 두통에 시달렸다는 그는 “그때처럼 몇 달씩 가면 안 되는데…”라며 걱정했다. 주민 김순만(53)씨도 “밀물 때 열심히 닦아야 해요. 두 시간 지나면 썰물인데 물이 빠지면 선창 바닥이고 바위 틈이고 기름으로 범벅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틀 전 여수시 낙포동 지에스(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날벼락을 만난 신덕마을 주민들은 설도 제대로 쇠지 못한 채 방제 작업에 매달렸다. 260가구 600여명 주민들은 지난해 6월 공동어장 120㏊에 뿌린 바지락 종패들이 죽어 어장이 황폐화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었다. 주민 김성옥(68)씨는 “초기에 주민들이 합심해 이나마 닦아냈는데, 기름 유출은 갯벌에 재앙을 몰고오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을 앞바다를 덮친 재앙은 지난달 31일 오전 9시35분 시작됐다. 원유2부두에 접안중이던 싱가포르 선적 16만4000t급 유조선(wu yi san)이 부두에서 100m 떨어진 잔교와 충돌하면서 원유 이송 파이프가 부서졌다. 지에스칼텍스 저유소와 연결된 36인치 송유관 등 관로 3곳이 파손돼 안에 있던 원유와 나프타 등이 바다로 유출됐다. 지난해 12월9일 영국에서 출항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원유 27만8584t은 새지 않았다. 이 배는10억달러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신덕마을 주민들은 건강을 해칠까 걱정도 컸다. 주민 김성자(73)씨는 “첫날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더니 보건소에서 두통약 두 알을 주더라”며 혀를 찼다. 주민들은 사고 다음날 마을을 찾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유출된 물질이 무엇인지, 유해한지, 얼마나 새나왔는지부터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20년 전부터 원유 유출 사고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며 바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2일 해경 300t급 경비함 317호에 동승해 여수신항과 낙포부두 사이 바다를 돌아보니, 사고 현장에서 4㎞ 남쪽 해상까지 얇은 갈색 기름띠가 군데군데 흐르고 있었다. 방제를 위해 투입한 부직포도 기름띠와 함께 떠다니고 있었다. 여수시 연안인 신덕마을, 오천동, 만성리 해변 등지는 기름띠의 유입을 막으려 오탁방지막이 겹겹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미세한 기름막은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6㎞ 떨어진 오동도 해상까지, 북쪽으로 묘도와 광양을 거쳐 6㎞ 남짓 거리인 경남 남해의 남해대교 부근까지 확산됐다.
해경은 방제선박 60척과 일반선박 140여척, 방제인력 1000여명을 동원해 긴급방제 작업을 벌였다. 해경은 유출량과 사고 경위를 수사중이지만 유출된 기름의 70%가량은 방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유막이 남해도를 비롯한 해상에 산발적으로 넓게 분산돼 있어 3일까지 해상방제를 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은 3일 오전 여수해경에서 도선사와 선장의 과실 여부 등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수/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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