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정신 기려 수여
일제에 항거해 동맹휴교를 주도했다가 광주고보(현 광주일고)에서 퇴학당했던 고 허창두씨가 85년 만에 모교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광주일고는 12일 졸업식에서 1928년 광주고보 5학년에 다니다 퇴학당한 허창두씨의 명예졸업장을 일본에 거주하는 아들 허경민씨에게 수여했다.
광주일고는 “비록 장본인은 고인이 되셨지만 식민지 노예교육을 거부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동맹휴교를 주도했던 선배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졸업장을 주는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맹휴교는 1928년 4월 항일 전단을 인쇄해 뿌렸다는 이유로 광주고보 5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 구속된 뒤 같은 해 6~10월 광주고보 2·3·4·5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했던 사건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 교사 채용, 조선 역사 교육, 조선어 시간 증설, 도서실에 조선 서적과 신문 비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5개월 동안 학생, 학부모, 졸업생이 합세해 투쟁을 전개했지만 일제 당국의 폭압으로 중단되면서 광주고보 학생 15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39명이 주모자로 퇴학당했다.
5학년이던 허씨는 동맹휴학 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그는 제주도에서 광주고보로 유학왔으며 퇴학당한 뒤 일본 오사카로 이주해 연락이 두절됐다.
학교 쪽은 지난해 3월에야 동문들을 통해 일본에 사는 허씨의 아들한테 연락을 했고, 이번에 명예졸업장을 주게 됐다.
양정기 광주일고 교장은 “이미 고인이 됐지만 민족정신을 드높였던 허창두씨에게 졸업장을 드리게 돼 아주 기쁘다”며 “그분의 정의감과 애국심 등 학생 운동 정신을 기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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