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59)씨
광주트라우마센터 치유 프로그램
최용식씨 세번째 주인공으로 참여
고문 후유증·생활고·가정폭력 고백
최용식씨 세번째 주인공으로 참여
고문 후유증·생활고·가정폭력 고백
“가족들 앞에서 내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니까 떨리네요.”
최용식(59)씨는 11일 저녁 7시 광주시 서구 치평동 무각사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 주최로 열린 ‘마이데이’라는 프로그램의 세번째 주인공으로 나섰다. 마이데이는 5·18 관련자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해 정신과 의사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사진) 최씨의 마이데이 행사엔 그의 아내와 딸들, 5월 동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최씨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찬영 원장이 소감을 묻자 “가정폭력 등 치부를 드러내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기술병으로 군대에 자원해 3급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을 땄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당시론 파격적인 대우(시급 350원)를 받던 A급 용접사였다. 하지만 1980년 5월이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누나 결혼식에 참석하고 울산으로 가기 위해 광주공용터미널에 갔다가 계엄군의 폭행 현장을 보고 피가 끓었다. 지휘본부라고 적힌 차를 타고 다니며 부상자를 병원으로 싣고 갔다. 플라스틱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헌혈을 권유하러 다녔다. 그러다가 시민군이 머물던 옛 전남도청 상황실로 들어갔다. 계엄군 진입 직전 총을 반납하고 옛 전남도청을 빠져나온 것은 두고두고 마음의 빚이 됐다. 지명수배돼 숨어 지내다가 그해 9월 자수해 경찰서에서 한달 동안 심한 고문을 당했다.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것처럼 속여 아내(56)와 결혼했다. 대기업에 네차례나 1차 시험을 통과했지만 번번이 신원조회에서 탈락했다. 5·18 유공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병원 치료 기록이 사라져 기타 상이 1급 판정에 그쳤다. 환청에 시달렸고,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좁은 곳에 있으면 공포감이 밀려온다. 92년 공업사를 차려 6년 동안 일하다가 아이엠에프 사태로 그만뒀다. 경제적 무능력으로 인해 분노가 치밀 때마다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고문 후유증으로 허리 수술을 두차례나 받았다.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지금도 아내가 요양보호사로 일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4녀 중 두 딸이 결혼했고, 두 딸은 대학과 고교 재학중이다.
최씨는 이날 아내를 바라보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마음은 있었지만, 표현한 것은 처음이었다. “결혼 전에 5·18 유공자라는 것도 전혀 몰랐지요. 원망스럽지요.” 그의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찬영 원장은 “남편의 가정폭력 때문에 80년 5월을 길게 겪으셨다”고 위로했다. 둘째 딸은 “풍족하지는 못해도 두 분이 싸우지 말고 사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5·18 때 함께 항쟁에 참여했던 정원(55)씨가 “형님, 인자 아파트 경비 자리라도 알아봅시다”라고 용기를 북돋자 최씨 아내가 환하게 웃었다.
최씨는 용기를 내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최씨 부부에게 꽃다발과 캐리커처 수채화를 선물했다. 꽃을 든 부부에게 사람들이 “뽀뽀해~”라고 연신 외치자 최씨는 쑥스러워 주저하다가 이내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와~” 하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용주 센터장은 “국가폭력으로 입은 트라우마로 인한 아픔이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아픔을 보듬어주고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사진 광주트라우마센터 제공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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