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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고성, 국내최대 ‘독수리 월동지’로 자리잡았다

등록 2014-02-13 22:06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든 독수리떼. 1시간 이상 하늘을 빙빙 돌며 수백마리의 무리가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든 독수리떼. 1시간 이상 하늘을 빙빙 돌며 수백마리의 무리가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독수리 아빠’ 김덕성(62·철성고 교사)씨가 경남 고성군 철성중학교 맞은편 비어 있는 논에 소·돼지고기 부산물을 흩어놓자 10분도 되지 않아 하늘에서 독수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독수리들은 날갯짓을 거의 하지 않고, 긴 날개를 활짝 펼쳐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듯 날았다. 30분쯤 지나자 하늘의 독수리는 얼추 400마리에 이르렀다.

독수리들은 무리가 모두 모일 때까지 1시간 넘게 하늘을 빙빙 돌다 땅에 내려앉았다. 이들은 서열을 정하려는 듯 20분가량 날개와 발톱으로 몸싸움을 하더니, 먹이 가까이에 앉은 녀석부터 식사를 시작했다. 400㎏의 먹잇감을 모두 먹어치우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큰 덩치 때문인지 땅에 내려앉을 때는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처럼 날개를 편 채 몇 발자국 통통통 뛰면서 속도를 줄여 멈춰 섰다. 날아오를 때도 날개를 펴고 다섯 발자국 정도 앞으로 뛰면서 속도를 올려 도약했다. ‘하늘의 제왕’은 온데간데없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불안해 보였다.

겨울 비어있는 논에 6백마리
몽골서 10월 날아와
다음해 2월말 돌아가

김덕성씨 15년째 먹이주기
일주일 비용만 60만원
“고성 일으킬 관광자원”

‘eagle’ 아닌 다른 종류
사냥 않는 ‘청소동물’
사람 접근하면 달아나


김 교사는 13일 “독수리는 단순히 보호해야 할 철새가 아니라 고성군 지역경제를 일으켜 세울 관광자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축장에서 소·돼지고기 부산물을 사다 먹이는데, 먹잇값만 일주일에 60만원이 든다.

고성군이 우리나라 최대 ‘독수리 월동지’로 자리 잡았다.

문화재청이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 의뢰해 2010년 진행한 ‘독수리 생태·과학적 분석을 통한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보면 ‘하늘의 제왕’ 독수리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다. 몽골에서 10월 중순 날아와 이듬해 2월 말 되돌아간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는 구대륙독수리류로, 사냥을 전혀 하지 않고 동물의 주검을 뜯어 먹는 청소동물이다. 살아 있는 동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경계심이 많아 사람이 접근하면 먹이를 먹다가도 달아난다. ‘이글’(eagle)이라고 불리는 독수리와는 다른 종류로 전세계에 2만마리 정도 남아 있다. 몽골 등 서식지의 먹잇감이 줄어듦에 따라 그 수가 감소하고 있으나 천연기념물 243-1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차츰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독수리는 1990년대 중반 50~100마리에서 2001년 1000마리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2000마리에 이르렀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 등 휴전선 부근에서 대부분의 독수리가 월동했으나, 2010년께부터 절반가량이 경남에서 겨울을 나고 이 가운데 600마리 정도가 고성군에서 월동한다.

연구 결과, 약하고 어린 독수리일수록 월동지가 서식지에서 멀어지는데 고성군에 오는 독수리는 덩치는 다 자랐지만 나이는 4살 미만의 새끼인 것으로 밝혀졌다. 새끼 독수리는 온몸에 새까만 깃털이 덮여 있는데, 자라면서 색깔이 옅어지고 머리 깃털이 빠진다. 독수리의 ‘독’(禿) 자가 대머리를 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가 늘어나는 것은 전국 20여곳에서 겨울마다 먹이주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특히 고성군을 찾는 독수리가 이렇게 불어난 것은 더는 내려갈 곳이 없는 남해안인데다 김덕성 교사가 2000년부터 꾸준히 먹이주기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휩쓸면서 독수리 먹이주기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강타한 2006년에도 먹이주기가 중단되면서 독수리 개체수가 한때 1000마리 이하로 줄어들기도 했다.

김성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독수리는 가창오리 등 대부분의 철새와 달리 먹이를 탐하지 않고 오로지 죽은 고기만 먹는데다, 이동경로 역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전파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감염된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먹이를 주는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를 전파하지만 않는다면 전혀 문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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