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고 김상표(62·국어) 교사
광주여고 김상표 교사 문집 발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출신인 광주여고 김상표(62·국어·사진) 교사가 16일 정년을 앞두고 문집 <우리들 가슴속 저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을 펴냈다.
이 문집에는 김 교사가 30~60대에 체험했던 해직의 아픔과 결기, 교단 복귀의 낯섦, 천편일률적인 학교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시들이 실렸다. 또 전남대 국문과 재학 시절 용봉문학상을 받았던 논문 ‘이상의 시 거울의 구조 분석’과 문학 습작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일기 등도 담겼다.
그는 80년대부터 여태껏 참교육의 시선으로 학교와 학생을 응시해왔다. 짧은 시 ‘하교’는 학교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 장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종소리가 땡 나기가 무섭게/ 교문 쪽으로 대가리 터지게 줄달음질쳐 달아나는 아이들.”
그의 시에는 교육과 학교에 대한 낙관도 흐르고 있다. 문집의 제목을 따온 시에서는 “그 옛날 스승들이 가고 없을지라도 여전히/ 무명교사들의 가르침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증오해야 할 것인지를”이라고 노래했다.
그는 1987년 5월 광주 중앙여고 재직 중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에 가입하면서 교육운동에 동참했다. 2년 뒤인 1989년 8월에는 전교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광주 중앙여고에서 해직당했다. 1994년 문민정부의 복권조처로 교단으로 돌아와 광주고와 전남고 등지에서 근무했다.
그는 해직 때나 복직 때나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지만, 말보다 몸으로 참교육을 실천하며 주위에 본보기를 보였다. 그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차전호 교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떠나는 순간까지 묵묵하게 최선을 다한 참교사”라며 “여고생들한테 ‘상표 오빠’로 불릴 정도로 존경을 받았던 선배를 그냥 보내기 섭섭해서 문집을 엮도록 강권했다”고 말했다. 광주 중앙여고에서 함께 해직됐던 림추섭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도 “정의롭고 당당하게 살아오신 참스승의 길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의 퇴임식은 오는 20일 광주여고에서 열린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