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20곳 모인 대책위 발족
내달 환경조사·선거 후보에 질의
한전 “공사 90% 끝나…지원 협의”
내달 환경조사·선거 후보에 질의
한전 “공사 90% 끝나…지원 협의”
전남 여수의 시민단체들이 한전의 송전선로 공사에 맞서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여수지역 시민단체 20여곳으로 짜인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는 20일 한전의 공사 강행을 주민들과 함께 몸으로 저지하고, 지방선거 입후보자들한테 정책질의서를 보내 입장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마을 주민의 공사 저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여수의 상황을 밀양처럼 전국적으로 홍보해 연대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며 “3월께 주민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영향조사를 벌이는 등의 방법으로 정부 전력정책을 바꾸도록 촉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책위는 지난 19일 발족 기자회견에서도 “40년 전 송전탑이 19기나 설치된 봉두마을에 지난해 6월부터 6기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며 “환경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공사를 막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광민 대책위 주민지원팀장은 “한전과 정부는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집집마다 회유와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밀양처럼 공사를 강행하면 맨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성초(67) 봉두마을 이장도 “마을에서 200m 떨어진 해발 260m의 앵무산 뒤쪽으로 송전선로를 옮기면 인가를 피해 지나갈 수 있다”며 “500년 역사를 지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송전탑을 보이지 않도록 해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은 공사가 90% 이상 끝난 만큼 설비를 옮길 수는 없고 마을 지원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태도이다. 한전 쪽은 “완공 단계에 선로를 이설하면 비용이 이중으로 들고, 옮긴 지역에서 다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2011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174억원을 들여 율촌산단 변전소~여수산단 개폐소를 잇는 20㎞ 구간에 300~400m 간격으로 송전탑 45기를 설치하고 있다. 봉두마을은 이 구간에 있는 20개 마을 중 한 곳이다. 이 사업은 2011년 4월 여수국가산단에서 대규모 정전 피해가 발생한 뒤에 추진됐다. 지식경제부에서 순간적인 정전으로 화학산단의 원유나 화학물질이 굳어버리는 등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환상형 송전선로를 구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율촌~여수 송전선로는 애초 34만5000㎸ 1회선과 15만4000㎸ 1회선 등 2회선에서, 34만5000㎸ 1회선과 15만4000㎸ 2회선 등 3회선으로 늘어나게 된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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