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7명 등 피해자 최소 12명
해외로 도주…영장발부·수배
해외로 도주…영장발부·수배
광주지역 사립학교들의 불투명한 교사채용 관행을 이용해 현직 교사가 같은 학교 기간제 교사들한테 수억원을 기부금조로 받아 국외로 달아났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7일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기간제 교사 7명한테 정교사로 채용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5억7000만원을 가로챈 뒤 국외로 달아난 혐의(사기 등)로 광주 ㄷ고 교사 김아무개(39·한문)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국외 영사관에 김씨의 수배 사실을 알리고, 최종 행선지를 파악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 동안 ㄷ고에 같이 근무했던 기간제 교사 ㄱ씨 등에게 다른 사립학교 교사채용 공고를 보여주며 채용을 미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교사가 되려면 기부금이 1억원 정도 필요한데, 채용되면 500만원만 수고비로 받고 안 되면 전부 돌려주겠다’는 김씨의 말에 속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피해 액수는 1인당 적게는 46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까지 채용·취업·유학 등을 미끼로 속은 피해자는 12명, 피해액은 6억3000만원이지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용 10년 차인 김씨는 사회인 야구단 등지에서 활동하며 각계에 두터운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인 그는 수년 전 스포츠토토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된 경력도 지니고 있다. 김씨는 14일 낌새를 챈 ㄷ고에서 직위해제하자, 16일 마카오를 거쳐 17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김상구 광주남부경찰서 지능팀장은 “학교 쪽이 출국한 다음날 고발을 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인맥을 과시하며 일대일로 은밀히 접촉해 피해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올해 100여명을 뽑는 광주지역 사립학교에 채용비리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사립학교에 교사 채용을 맡겨둔 법령 탓에 벌어진 구조적 비리”라며 ‘특별 감사’와 ‘전형의 시교육청 위탁’을 촉구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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