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곳 조사…밥솥·프린터 등 구입
예·결산도 허술 8억3천만원 차이
예·결산도 허술 8억3천만원 차이
초등학생들의 연필과 공책 따위를 사주라고 편성한 학습준비물 예산을 분필·밥솥·뜀틀 등을 구입하는 등 엉뚱한 데 쓴 학교들이 적지 않았다.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은 4일 “광주·전남의 초등학교 542곳의 2012년 학습준비물 구입비 집행 실태를 조사해보니, 예산액과 결산액이 맞지 않는 사례가 많았고, 이마저도 결산액 중 10~15%는 목적과 달리 환경 정리나 교구 구입 등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 “일부 학교에서 학습준비물 예산이 교장의 쌈짓돈으로 쓰인다”는 제보를 받고 광주와 전남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관련 예산의 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분석했다. 광주 137곳의 예산액은 40억9946만원, 결산액은 40억3257만원으로 6600만원이 차이났다. 또 전남 405곳의 예산액은 37억89만원, 결산액은 29억2423만원으로 7억7000만원이나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집행액 중 10~15%는 별도 예산으로 사야 할 전기밥솥, 프린터, 천공기, 형광등 등을 들여놓는 데 쓰였다. 심지어 초등학생보다는 교사용이라고 보이는 분필, 주류희석제(홍초), 볼펜, 외장하드, 과도세트, 고무장갑 등을 사거나 체험활동과 재량학습에도 집행됐다.
이상석 이 단체 사무처장은 “국가 돈을 쓰면서 예산과 결산이 맞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학습준비물과 관련한 집행·정산 지침이 없어 벌어진 일이다. 전국적으로 실태가 이렇게 한심한데도 교육당국은 전혀 감독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습준비물 구입비는 초등학생들이 공책·연필·지우개·자 등 학습용 개인 준비물을 살 수 있도록 해마다 1인당 3만~4만원씩을 지원하는 예산이다. 광주에선 1인당 4만2000원, 전남에선 1인당 3만~3만6000원이 편성돼 학교별로 지원된 뒤 학생들한테 준비물을 일괄적으로 구입해주는 비용으로 쓰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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