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사회연대와 장애인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분홍 종이배 접기’ 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빈곤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분홍 종이배 접기는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등 가난으로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고 희망으로 빈곤과 절망의 악순환을 끊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시 특별대책본부 구성
신청주의→발굴주의로 전환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집중조사
충주·울산시도 발굴팀 꾸려
경남도·경찰청은 ‘조기발견 협약’
신청주의→발굴주의로 전환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집중조사
충주·울산시도 발굴팀 꾸려
경남도·경찰청은 ‘조기발견 협약’
서울시 송파구 세 모녀의 비극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서울시가 ‘앉아서 신청을 받는 복지’에서 ‘찾아가 발굴하는 복지’로 전환해 어려운 이웃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현대판 ‘복지 두레’ 운동을 펼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
서울시는 12일 ‘위기가정 발굴·지원 특별대책본부’(본부장 김상범 행정1부시장)를 꾸려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집중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상설 전담조직으로 ‘위기가정발굴 추진반’(1과 2팀)을 신설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송파구 세 모녀가 ‘죄송합니다’라는 편지를 남기기 전에 (우리가) 찾아갔어야 했다. 복지는 시민의 권리다.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의 삶 전체가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서울형 복지안전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집중조사 기간 안에 자치구, 서울시 복지재단, 사회복지시설, 지역의 통반장 등 협조가 가능한 모든 기관과 인력을 동원해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가구, 공과금 체납가구, 실직·질병으로 인한 주거 취약계층 등 당장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민을 찾아나선다. 복지 전문 상담사 260명을 한시적으로 채용해 위기가정을 찾는 데 투입하고, 애초 사회복지사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계획했던 사회복지 공무원 등 800여명의 충원도 서두른다.
서울시는 특히, 시민의 도움을 얻어 상시적인 발굴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통반장이 복지도우미 구실을 하는 ‘복지통반장제’와 ‘나눔이웃’ 제도를 확대한다. 복지 전달 체계의 ‘실핏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17개 자치구에서 시행중인 복지통반장 제도를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통장(1만2076명)·반장(7만9653명)이 복지 도우미로 나서 위기가정을 찾아 자치구의 복지전달체계와 연결할 수 있다.
시는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문턱도 현행 최저생계비의 68%에서 80%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3000명이 더 혜택을 보게 된다고 시는 전했다.
충북 충주시와 울산시가 이·통장, 방문간호사, 복지위원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팀을 꾸리는 등 다른 지자체들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돕도록 하거나, 시민들 스스로 복지 두레를 만들어 활동하는 곳도 있다.
충북도에서는 마을의 몸 성한 노인들이 움직임이 불편한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찾아가 돕는 ‘9988행복지키미’들이 활동하고 있다. 청원 339곳, 충주 259곳, 음성 226곳 등 자연마을 2000곳에 이들 지키미들이 배치돼 눈높이 복지를 펴고 있다. 충북지역 전체 자연마을 5737곳 가운데 34.8%에 이들 지키미가 활동하고 있다. 이상익 충북도 노인복지팀장은 “65살 이상 노인으로 9988행복지키미를 선발한 뒤 다달이 20만원씩 보수를 지급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군은 공무원 540명이 저소득·소외계층과 일대일 결연해 틈틈이 안부 전화를 하고, 가정 방문을 하는 ‘공무원 복지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경남도와 경남경찰청은 14일 ‘위기가정 조기 발견 및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협약’을 맺어 지역 안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나설 참이다.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정부, 자치단체 등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웃을 돌보는 곳도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들은 ‘투게더 광산’이란 현대판 복지 두레 운동을 펴고 있다. 2011년 6월 주민 100여명이 시작해 지금은 2560명까지 참여 회원이 불었으며 다달이 5000~30만원씩 7억여원의 기금을 모았다. 2012~2013년 2219가정에 1억240만원을 지원했으며, 올핸 506가정에 1230만원을 전달했다. 대구 중구 주민들도 2000년 7월부터 ‘사랑의 한가족 연결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644명이 후원금 2억원을 모았으며, 지난해 326가정에 생활비·간병비·학습비 등을 지원했다.
정태우 기자, 전국 종합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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