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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낙서’ 기초수급 용의자 수사한다고 경찰 ‘3800명 명단·사진 내놓으라’

등록 2014-03-24 20:09수정 2014-03-24 21:40

CCTV 찍힌 30~40대 탐문 뒤
광주광역시 5개구에 서류 요청
“사회적 약자라도 인권이 있고
무리한 투망식 수사 우려” 비판
경찰이 지난 15일 새벽 광주 도심에서 발견된 ‘반정부 낙서’를 수사한다며, 광주지역 구청 5곳에 기초생활수급자 3800여명의 명단과 사진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24일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광역시 5개 구청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광주시 5개 구청 사회복지과에 1985년 1월1일부터 1965년 12월31일 사이에 출생한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중 남자의 인적사항 등 관련 서류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서류를 열람한 뒤 필요한 경우 화상 자료를 뽑아내 쓰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께 5개 구청에 직원을 2명씩 보내 협조를 요청하고, 이날 오후 2시까지 자료를 제공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도 보냈다.

경찰은 지난 1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장 외벽과 5·18 아카이브센터 공사장 등 12곳에서 발견된 낙서 사건을 수사해왔다. 도심 담장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박근혜 정권 물러나라’, ‘한국엔 자유의 적이 있다. 그 이름은 종박주의자’, ‘12·19 부정선거 ㅂㄱㅎ 처단하라’ 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15일 새벽 부근을 서성거리던 30~40대 남자를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확인하고, 탐문수사 과정에서 그가 기초생활수급자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진술을 듣고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를 재물손괴 혐의로 추적중이지만, 수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담당하는 광주경찰청 보안수사대와 낙서가 발견된 지역을 관할하는 광주 동부경찰서가 함께 맡고 있다.

경찰의 요구를 접한 구청 직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인 기초생활수급자의 명단과 사진을 협조공문만으로 공개하기 어렵고, 공개 대상인 30~40대 남자 기초생활수급자수가 3792명에 이를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수천명분의 개인정보를 보겠다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며 “사회적 약자라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수사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고소도 없고 피해도 적은 사건에 경찰력을 과다하게 투입해 무리하게 투망식 수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유신시대처럼 경찰이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황당한 수사를 하고 있다. 낙서한 사람을 찾으려 광주시민 3800여명의 인적사항을 죄다 뒤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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